오는 13일이면 구한말 팍팍한 시절의 한민족 102명이 하와이 사탕수수밭의 일꾼으로 미국 땅에 첫 발을 디딘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다.
새해 첫날엔 인근 패사디나에서 열린 제 114회 로즈퍼레이드에 미주 한인들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이민 1백주년 기념 꽃차도 참가했다. ‘자랑스런 과거, 약속된 미래’란 주제로 높이 28피트, 너비 18피트, 길이 55피트의 초대형으로 제작된 한국 꽃차는 당당하고 자랑스런 모습으로, 길가의 50만 여명의 인파와 80여 나라로 생중계 되어 5억 여명의 지구촌 사람들이 지켜보았다고 한다.
미주한인 최초의 이민선인 ‘갤릭호’뒤를 태극기와 성조기로 장식하고 수문장이 지키는 한국 국보 1호인 숭례문과 부채춤을 추는 여인의 모습을 한 한국 꽃차에는 지난 1백년 이민역사를 빛낸 9인의 영웅들과 미래의 꿈인 어린이들을 태우고 2시간 동안 5.5마일의 거리를 행진하며 미주 한인들의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가슴속 깊이 심어주기도 했다.
L.A 언론사에서 커뮤니티 인사들과 함께 선정한 9인의 영웅은 문대양 하와이주 대법원장, 1948년 런던올림픽과 1952년 헬싱키올림픽 수영 다이빙에서 2연속 금매달 리스트인 새미 리 박사, 2차 대전 때 활약한 김영옥 예비역 대령, 미주한인 최초의 주류언론 저널리스트인 원로 언론인 이정원씨, 고아에 입양아로 미국인 양부모에게 자란 신호범 워싱턴주 상원의원, 지난 해 한인 출신 여성으로는 최초로 임용된 태미 정 유 판사, 소피아 최 CNN 앵커, 미주한인의 희망이었던 코인안 특급 박찬호 선수, 월드컵 4강의 주역으로 2003년 시즌부터 L.A갤럭시 축구팀에서 제2의 새로운 생활을 꿈꾸는 홍명보 선수 등이다.

지난 크리스마스 전날인 24일 새벽 한국인 남녀와 두 어린이 그리고 멕시코 안내인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 부근 춥고 험악한 멕시코 산악지역을 무려 8시간 동안 걸어서 철책선이 없는 미국 국경을 넘어오다 순찰 중이던 헬리콥터 국경순찰대에 붙들려 체포되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남편은 한국여권, 부인은 중국여권, 두 자녀는 아르헨티나 여권을 소지한, 어뜻 이해하기 어려운 기막힌 가족 사정에, 미 이민국 심사관 재량으로 부인과 남매는, 나중에 법정 출석을 약속하고 이틀 뒤인 26일 오후에 풀어주었으나 남편은 아직 샌디에고 연방이민국 형무소에 갇혀있다.

이송월. 32살 중국 길림성 출신 조선족 3세. 지난 94년 의류사업차 중국을 왕래하던 아르헨티나 교민인 김종하(48살)씨와 결혼해 혜린(8살), 진만(6살) 남매를 낳고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잘 나가는 의류제조 업체를 운영하며 단란하게 살았으나, 2001년 12월 휘몰아친 외환위기 때 달러가치가 하루아침에 3배로 치솟는 바람에 아르헨티나 생활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 대사관에서 비자를 신청했으나 거부당해 목적지를 멕시코로 바꿔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했으나 8개월 동안 고생만 죽도록 해오다 마지막으로 전 재산인 5천 4백 달러를 주기로 하고 멕시코인 안내인을 고용해 맨몸으로 걸어서 미국 밀입국을 시도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에 있는 어머니와 세 여동생들에게 충격을 주기 싫어 아직 연락도 못했다는 이송월씨는 오는 7일 열리는 첫 심리에서 남편 김종하 씨가 보석으로 풀려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홍명보와 이송월의 경우처럼 다양한 처지의 2백만 미주한인들이 미국 땅에 첫발을 디딘지 1백년이 지난 오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진천규<LA 미주한국일보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