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깔라브리아의 레지오(Reggio)에서 태어난 보치오니(Umberto Boccioni)는 19세때 로마에서 소묘의 기초를 배우고 지아코모 발라(Giacomo Balla)의 제자가 되었다. 그리고 약 2년간의 여행 끝에 밀라노에 정착하게 된다(1908).
20세기 초의 이탈리아는 유럽의 후진국이었다. 영국에서 시작된 만국박람회(1851)와 파리의 에펠탑(1852)이 근대문명의 상징이라면, 예를 들어 찰리 채플린이 배를 타고 미국으로 이민(1917)갈 당시 이탈리아인들의 이미지는 오늘날 우리주변에서 보게 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그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롬바르디아 평원 중앙의 밀라노 주변에서는 19세기 말부터 공업화가 진행되었고 거리에는 자동차와 출퇴근하는 근로자들로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바야흐로 이곳에서 ‘이탈리아의 근대’가 시작되는 중이었다. 늘 시대정신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기 마련인 예술은 이러한 전환기에는 더 크게 요동친다.
밀라노의 F. 마리네티가 이끈 미래파 예술운동(1909-44)”은 당시의 과학문명과 산업혁명, 도시화와 더불어 완전히 새로운 문화적 패러다임을 주창하는 혁신적인 것이었고, 이후의 서구예술 특히 러시아 구성주의나 바우하우스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보치오니는 여기서 마리네티를 만나고 이 운동에 동참하면서, 스승이기도 했던 발라 등과 함께 “미래주의 회화선언”(1910년 2월)을 발표하게 되는데, 이 선언문의 “터질 듯이 달리는 경주용 자동차는 사모트라케의 ‘승리의 여신상’보다 아름답다”는 구절은 미래파예술가들이 추구했던 “역동성(dynamism)”의 미학을 상징하는 글귀로 유명하다. 이들은 “영구불변한 진리나 대상은 없다”고 주장하면서 과거의 인습과 아카데믹한 표현형식에 대항하여 투쟁하자고 선동하는 한편, 우주의 무한한 공간을 역동적으로 표현해 내고 그곳에서 생명감을 찾고자 했다.
이 작품 <도약하는 힘(Elasticity)>을 보면 검은 부츠를 신은 젊은 기수가 말을 타고 공장의 굴뚝이 보이는 풍경 앞을 달려가고 있다. 모든 것들이 기계처럼 보이기도 하고, 조각조각으로 분해된 후 다시 조립된 이미지들이다.
이처럼 사물이 격렬하고 연속적인 운동을 하고 있을 때, 그것은 전혀 다른 상태에 있다. 이 기법은 분석적 입체주의의 것이며, 운동하는 물체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각적 이미지에 대한 경험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달리는 말, 젊은 남자, 검은 연기를 내뿜는 공장 등은 에너지와 속도, 그리고 근대(近代)의 상징이라고 할 수도 있다.
미래주의자들은 이 같은 역동성이야말로 새로운 문명의 에너지라고 생각했고, 전쟁 또한 하나의 수단으로 보았다. 1차대전이 발발하고 이탈리아가 여기에 참전(1915)하자 보치오니는 자전거부대 지원병으로 입대하였다가, 그 다음해에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죽었다.
이 작품이 보치오니 자신의 운명을 상징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예술대학·예술학부·서양화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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