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색채와 대담한 구성의 조화

예를 들어 피카소(P. Picasso)를 ‘미켈란젤로’에 비유한다면 마티스(1869-1954)는 ‘라파엘’에 견줄 수 있다. 피카소가 그의 천부적인 능력으로 다른 화가들을 압도했다면, 마티스는 인상파로부터 추상파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경험을 쌓았고, 수많은 선배들로부터 배우고 동료들과 사귀었으며, 다른 화가들에게 교훈과 용기를 준 스승이었기 때문이다.
마티스는 프랑스 북부지방의 중류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파리에서 몇 년 동안 법률을 공부하고 법률서기로 일하던 중 맹장 수술을 받고 요양을 하는데(1890), 이 때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어머니가 선물한 물감 상자가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작가이며 훌륭한 선생이었던 모로(Gustave Moreau)의 제자가 되고, 그의 도움으로 화가가 되었다.
당시의 미술계는 그야말로 새로운 규범을 찾아서 수많은 천재화가들의 실험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예를 들어 대상보다는 시각의 리얼리티에 주목했던 인상파의 작품에서 보듯이, 순간의 시각적인 인상을 스냅사진처럼 그려놓은 색채의 난무에 불안감을 느낀 청년작가들이 구성이나 형태에서 명확한 질서를 요구한 결과, 아르누보와 같은 장식적인 단순화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또 입체감과 장식적 구성사이의 갈등도 있었으나 결국엔 입체감이나 원근법은 무시되고 고호나 고갱의 작품이 주목받았다.
이즈음에 마티스가 그의 동료들과 함께 일으킨 예술운동이 야수주의이다. 그 후 마티스는 학생들에게 대상과 그림과의 관계를 생각하기보다는 ‘그림 안에서의 색채 사이의 관계’에 더 주목해야 하며, 색과 형태를 다루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생애에서 야수주의 시기는 잠시동안에 불과했지만, 이 시기에 확립되었던 주관적이고 자율적인 색채에 대한 신념은 평생동안 유지되었다. 1908년경에는 한때 강렬한 색채효과를 억제하면서 입체파의 주장에 관심을 둔 적도 있었지만, 뮌헨에서 열렸던 전시(1910)에서 보았던 이슬람 미술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두 번에 걸친 알제리, 모로코 여행(1911-3) 이후에는 더욱 장식적이고 현란한 색채를 사용하게 되었으며, 특히 아라베스크나 꽃무늬를 배경으로 한 평면적인 구성이나 원색을 배치하는 독특한 화풍을 창조하였다.
이 작품 <창문>은 그의 그림이 가장 원숙한 경지로 향해 가던 1916년에 그려진 것이다. 화면의 구성과 묘법은 평면적이지만, 밝은 창문너머로 보이는 숲, 한낮의 환한 빛이 비쳐 들어오는 실내의 공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아마도 유럽의 남부나 지중해 연안의 어느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1920년 이후에 주로 프랑스 남부 특히 니스에서 시간을 보냈고, 제2차대전 후에는 니스의 방스성당의 건축과 장식 일체를 맡아 여기에 모든 기법과 재료를 동원, 그의 예술의 집대성을 이룩하고 니스에서 죽었다. 강렬한 색채와 대담한 구성, 그리고 그것들을 조화시키는 즐거움을 탐닉했던 마티스에게 아마도 지중해연안이 가장 적합한 장소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예술대학·예술학부·서양화전공>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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