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는 `신분` 아닌 개인적 `재난`

‘노숙자’, 이 말은 장애인, 노인, 청소년 등과 같이 사회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부정적이다. 구미의 거리에서 지내는 사람들을 의아해 하던 우리들에게, 이제는 ‘노숙자’라는 말이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외환위기로 전국의 주요 역사에 이들이 몰려들었을 때만 해도 이들에 대한 시선은 안타까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거리에서 잠을 자는 그들에 대한 시선은 따뜻한가? 거리에서 잠을 자고 있는 그들에게 우리는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도 어렵지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게을러서 일하지 않고 술 마시고 널부러져 있는 사람들’이라고 욕하지 않는가?
그러나 그들을 돕기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알게 된 것은 그들의 상황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살아가게 된 원인은 운명적으로 강요된 선택이며, 그 때문에 사회는 그들에게 차별의 굴레를 씌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빈곤 때문에 강요된 삶의 모습으로 인해 차별을 받는 것은 우리사회가 너그럽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2002년 말 기준으로 민간에서 파악하는 숫자는 5,000명 선이다. 행정기관을 통해서 파악하는 정부 수치는 2002년 9월 현재 4,200여 명이다. 숫자보다는 우리사회에 누울 자리 없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수천 명씩이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평등이 심각한 우리사회의 모습이다.
노숙하게 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성장과정에서 건강한 가족 공동체의 경험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로 비정규적인 일용직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어려서부터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노숙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이후의 과정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할 수 없고 도움을 받을 수도 없어서, 술에 의존하거나 심각한 대사회적, 대인관계의 문제점을 보이기도 한다. 예방이 중요하지만 사회구조적으로 노숙에 이르는 길을 차단하는 것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삶은 그들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다. 애초부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들의 삶을 흔히들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만 그렇게 살고 싶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가족이나 동료의 지지를 가지고 있는 일반인에 비해 이들은 일정정도의 시간이 경과하면서 사회적인 관계에서 소외되는 과정을 밟게 된다.
노숙자는 사회적인 신분이 아니다. 개인의 재난 상황이다. 그들을 국민의 한사람으로 인정하고 우리의 이웃으로 대할 때, 비록 거리에서 잠을 청하지만 내일의 희망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을 다른 사람으로 보는 우리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이방인일 뿐이다. 그들은 아픈 사람들이다. 아픈 것도 힘이 든데 그 아픔이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는 시선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그들을 우리의 이웃으로 바라보는 것이 힘든 일일까? 우리의 생각에 의해 그들의 삶이 결정된다면 나는 어찌할 것인가?
정은일<전국실직노숙자대책 종교시민단체협의회 사무국장,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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