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선물시장과 옵션시장이 만들어지면서 주식투자자가 신경써야 할 일이 더 늘어났다. 예전에는 어느 주식을 사느냐를 정하기 위해서, 우선 그 주식을 발행한 회사가 괜찮은 회사인지를 본 후 다음으로 주식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지 낮은 수준인지 판단하면 됐다. 그밖에 현재의 경제상황이 호황으로 상승하는 중인지, 아니면 불황으로 가라앉는 중인지를 볼 수 있다면 거의 완벽한 주식투자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주식시장을 근거로 한 선물시장과 옵션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주식의 가격이 선물시장과 옵션시장의 변화에 따라서 변동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식만을 투자하는 사람도 선물과 옵션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아니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러면 왜 골치 아프게 선물과 옵션시장을 만들었을까? 무슨 이유가 있다고 직감하겠지만 장황한 설명은 다음으로 미루자. 중요한 것은 주식을 투자하거나 선물·옵션에 투자하거나 잘만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돈을 벌려면 잘해야 한다. 잘못하면 망할 수도 있다.
선물과 옵션을 거래하다가 성공하거나 실패하면 어떤 결과가 되는지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소 극단적인 사례를 들어 보자. 어느 투자자가 대박의 꿈을 안고 옵션을 샀다. 풋옵션을 100만원어치 샀는데, 다음 날 미국에서 9.11 테러사태가 발생했다. 풋옵션은 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이익을 보는 옵션이다. 주가는 한없이 떨어졌고, 풋옵션 100만원어치는 150배가 뛰어서 1억5천만원이 되었다. 반면 같은 날 어느 투자자는 콜옵션을 샀다. 콜옵션은 주가가 올라야 이익을 보는 옵션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옵션가격도 하락한다. 마찬가지로 100만원어치를 샀는데, 다음 날 100분의 1로 가치가 감소해서 콜옵션은 만원이 되었다. 실제 상황은 아니지만 있을 법한 경우다. 이 경우 대부분의 투자자는 풋옵션을 사기를 원했겠지만 다음 날에 발생할 비극적인 테러사태를 어떻게 예견할 수 있을까? 그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다.
옵션거래의 사례를 보면 마치 투기판처럼 보일 수도 있다. 150배를 먹거나 몽땅 털리거나하는 일은 투기판의 속성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선물·옵션은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주가가 오르던 내리던 항상 먹을 수 있다. 심지어 주가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어도 이익이 발생한다. 증권회사, 투자신탁, 은행, 보험회사 등 기관투자자라고 일컬어지는 회사들이 선물·옵션을 잘 거래한다면 가격의 변동이 아무리 심해도 자신의 재산가치를 보존할 수 있고, 이들에게 돈을 맡긴 개인들의 재산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말하자면 기관투자자에게 안정적인 투자수단을 제공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나라 전체의 경제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만일 기관투자자가 고객인 개인의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는 IMF금융위기를 겪어봤기 때문에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것이 선물·옵션시장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선물·옵션시장은 기본적으로 기관투자자를 위해서 만들어 졌다. 그리고 기관투자자가 재산가치를 잘 보전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놓은 것이 증권거래소가 운영하는 선물 및 옵션시장이다. 주가가 아무리 하락하더라도 선물·옵션거래를 통하여 그 능력에 따라서 오히려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기관투자자에게 선물·옵션은 정말 매력적인 금융거래의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어느 개인이 선물과 옵션거래를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지만 선물·옵션시장이 개인투자자을 위한 시장에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 차장·87 법학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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