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피카소의 삶(La Vie)

현대사에서 피카소는 아인슈타인, 다윈, 프로이트, 칼 마르크스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화가이면서 조각가이고, 입체파, 초현실주의, 표현주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등 수많은 실험적 예술운동의 와중에서도 늘 그 중심에 서서 화제를 모았다. 어떤 이는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에 견주기도 하고, 혹은 그 이상이라고도 하며, 보기 드물게 생전에 부와 명성을 누렸고 92세까지 사는 장수의 축복까지 받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의 왕성한 에너지이다. 그가 남긴 회화, 조각, 도자기를 모두 합하면 5,300여점, 판화는 2만 7천여점이며, 149개의 드로잉노트, 4600여점의 스켓치를 남겼다. 말하자면 평생동안 적어도 하루에 한 점 이상의 작품을 남겼을 만큼, 지칠 줄 모르는 창조정신과 엄청난 에너지 그 자체도 경탄의 대상이다. 그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해변도시 말라가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고, 미술교사였던 아버지에게 그림을 배웠다. 작은 키에 구릿빛 피부, 우람한 근육질의 체격, 남성적 골상에 부리부리한 눈매와 큰 코와 같은 그의 외모는, 보통사람이 상상하는 전형적인(?) 예술가의 모습은 아니지만, 출생지를 떠올려보면 금방 수긍이 간다. 15세 이후 바르셀로나에 있는 미술학교에 가서도 두각을 나타내었고, A. 르느와르, T. 로트렉, E. 뭉크 등의 화법에 매료되었다. 좀 더 큰 무대를 찾아서, 1900년에 처음으로 파리를 방문하고, 이듬해 다시 와서 몽마르트르의 젊은 예술가들의 그룹에 들어갔고, P. 고갱, V. 반 고호 그리고 E. 드가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시골출신의 무명작가에 불과했던 그는 하층 서민들의 생활고와 밑바닥 삶의 비참함을 몸소 체험하였고, 그의 그림에는 고독감이 두드러지고 점차 청색이 주조를 이루었다. 「청색시대(靑色時代: 1901-1904)」라고 불리는 이 시기의 작품에는 주로 장님, 거지, 알콜중독자 그리고 창녀 등이 등장하며, 마치 스페인의 거장 엘 그레코(El Greco)를 연상하게 한다. 고달픈 하층민들의 삶을 잘 그려낸 <삶>은 이 시기의 작품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 실제로 이즈음의 피카소는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해, 심지어는 눈이 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절망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애인 F. 올리비에(Fernande Olivier)가 그에 대한 첫인상을 "작고 까맣고 후줄근했으며 불안해하고 있었다“고 했을 만큼, 그에게는 시련의 시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때가 그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그는 수많은 예술가들로부터 배우고, 그들과 교유했다. 또 그의 친구 중에는 화가보다 시인이 더 많았고, 그들에게서 더 많은 예술적 영향을 받았던 것도 특이했다. 즉 가장 곤궁하면서도 정신세계를 살찌웠던 충실한 시기였던 것이다. 3월을 맞이하여,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신입생들의 대학시절이 충만된 것이 되기를 기원한다.
<예술대학·예술학부·서양화전공>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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