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냥 - ‘전통사냥’의 문화

태양에 녹아버린 ‘이카루스의 날개짓’도 이러했을까?
모든 것이 단절된 지금 창공을 날으는 매의 날개짓은 공허했다

“후어! 후어! 곽서방의 외침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산을 기어올랐다. 기다렸다는 듯이 산꼭대기에서는 번개쇠가 떠올랐다”


푸르름이 사라진 들판 언저리마다 피어나듯 하얀 눈들이 소복히 쌓이고 나면 겨울철 묘미라 불리는 ‘매사냥’의 철이 온다.

“후어! 후어! 곽 서방의 외침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산을 기어올랐다. 한데 뜻밖에도 장끼 한 마리가 푸드등 산을 날아올랐다. 꿍꿍꿍꿍… 오랫 만에 들어보는 장끼 소리가 산골짜기를 가득 채웠다. 곽 서방은 갑자기 기운이 치솟았다. “떴다! 꿩 떴다아” 그는 목청을 돋아 외치며 산봉우리를 쳐다 보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산꼭대기에서는 번개쇠가 떠올랐다.” (이청준,「매잡이」)

매사냥은 야생 매를 받아 길들여서 꿩을 잡아 오도록 하는 겨울철 전통 사냥의 일종이다. 들짐승을 길들여서 들짐승을 잡아 오도록 하는 일이니 많은 사람의 공력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매사냥이야 말로 사람과 자연이 혼연일체가 되어, 사람이 자연으로 자연을 제압하는 ‘신토불이 자연 스포츠’라고 할 만 하다. 매사냥은 고조선 시대에 북방 수렵 민족인 숙신족으로부터 들어왔다. 백제 때는 이를 일본에 전해 주었고 일본은 또 미국 등 서구에 전파시켰다. 고려 때는 ‘응방’이라는 관청을 두고 매사냥을 국가적으로 관리했으며 원나라에 ‘해동청 보라매’라는 사냥매를 조공물로 바쳤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또 조선 시대에는 ‘내응방’이라는 관청을 두고 군역 대신 매를 잡게 했으며, 그 후 일제 때는 허가제 아래에서 매사냥의 맥이 이어졌다. 매사냥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날아다니는 ‘생 매’를 받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이들은 매는 하늘이 점지해주는 영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과정을 매우 경건한 의식처럼 행한다.

매사냥꾼들은 해마다 겨울이면 야산에 매그물을 쳐서 매를 받는다. 날아다니는 매들의 눈에 잘 뜨일만한 산등성이에 터를 잡고 삼각형 모양으로 세 방향으로 그물을 세우고 그 안에 살아있는 멧비둘기를 다리에 줄을 달아 묶어둔다. 그리고 20~30미터 떨어진 곳에 소나무 등으로 위장막을 세우고 그 속에 매받이가 들어가 멧비둘기에 연결된 줄을 가끔씩 당겨 비둘기를 퍼덕이게 하면서 매를 유인한다. 매가 들지 않으면 일주일이건 보름이건 그렇게 하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생 매를 받아오면 보름 정도 훈련을 시켜야 한다. 마을 사람들이 사랑방에 모여 번갈아 가면서 팔뚝에 받아 앉힘으로써 낯가림을 없애는 것이 훈련의 시작이다. 그 다음엔 도망가지 못하도록 발에 줄을 매고 밖에 나가서 밥을 주면서 부르는 ‘줄밥 먹이기’ 이다. 이 두 과정이 끝나면 드디어 출전을 하게 되는데, 사냥 전 날 매를 적당히 굶기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너무 굶기면 힘이 약해서 사냥을 못하고 많이 먹이면 배가 부르니 사냥할 생각을 않는다.

“번개쇠에게는 벌써 삼 일 동안 아무것도 먹이지를 않았으며, 그만한 잠도 제대로 재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냥을 나서기 전에는 으레 매를 그렇게 굶기는 것이라고 하면서 소년은 또 의미있게 쳐다보고 웃었다. 사냥전에 놈을 굶기는 것은 매란 놈이 배가 고플 때가 아니면 꿩이나 토끼 같은 것을 잘 쫓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청준,「매잡이」)

꿩을 잡았다가 사람에게 빼앗긴 매는 고기맛을 본 터에 더욱 눈을 부라리게 되고, 잠깐 높은 나뭇가지에 날아 올라갔다가도 사람이 닭다리로 유인하며 부르면 멀리 도망갈 힘도 없는 터에 다시 사람 품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봉받이 팔뚝에 올라 사냥을 나서게 된다. 이리하여 매사냥은 계속 이어져오게 된 것이다.
그러던 것이 60~70년대 이후 산업화에 따른 이농 현상과 자연 훼손으로 어느 날 우리 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농현상으로 일손이 부족한 농촌은 한가하게 매를 부릴수 없었고, 단체놀이인 매사냥을 할 만한 인력도 없었다.

“한사코 매잡이 노릇일랑 그만두고 이젠 다른 일을 해서 밥을 마련하라는 서 영감이었다. ‘자넨 요순 세상의 선비로군’하며 곽 서방을 비웃거나, ‘지금이 어느 때라고…그래 밥을 먹고 살겠다는 건가’하며 까놓고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이청준,「매잡이」)

이청준의 소설 「매잡이」의 주인공인 곽 서방은 말한다. “매가 하늘을 빙빙 돌거나 땅으로 내려박힐 때 그 곱고 시원스런 동작을 보신 일이 있겠지요. 그건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나는 알고 있습니다.” 매사냥꾼들인 무당이 신내림을 받듯 맷병에 걸린다고 말을 한다. 인간의 오랜 염원인 하늘을 나는 꿈. 그 꿈을 매에 투영시킨 이들은 매를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매력은 이카루스가 날개를 달고 금지된 태양에 가까이 한 것처럼 헤어나올 수 없는 무언가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감정을 두고 맷병이라고 하는건 아닐까?

“나는 곽 서방이 자기의 운명을 매의 그것과 같이 이해하고 있다는 것처럼 보였다. 그 후로 곽 서방은 가끔 낭패한 얼굴로 깊은 사념에 빠지는 때가 생겼고 그러다가는 드디어 매를 날려보내고 스스로는 그 죽음을 향한 단식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청준,「매잡이」)

이제 매사냥은 우리 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이시대의 곽 서방 몇몇이 그것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한국전통매사냥보존회 박용순(48)씨는 “세상이 갈수록 빠르게 돌아가고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매사냥은 더욱 발붙이기가 힘들어진다”며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니라 전통을 지키겠다는 자부심이 없다면 쉽게 매사냥에 빠져들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제 그에게 매사냥을 배우고 있는 제자는 한 명도 없다. 가끔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지만 얼마 되지 않아 곧 떠나고 만다.
그들 부부는 오늘도 생업으로 하고 있는 주유소에서 나온 수입 대부분을 매 네 마리를 키우는 데 쓰며 살고 있다. 박 씨는 “매사냥의 명맥이 끊이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싶다”며 “인생은 돈이나 명예를 거머쥐었을 때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한 법”이라고 말했다.
푸른 창공위로 푸드득 하는 날개짓 소리가 아득히 들려온다. 그 슬프고 공허한 소리가 빈 하늘을 가득 채운다. <허유나 기자> yunari86@dankook.ac.kr


캡션
1. 매사냥은 야생매를 길들이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2. 비행하기 전 매의 눈빛이 매섭다.
3. 산업화 이후 이농현상으로 일손이 부족한 농촌은 한가히 매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허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