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들꽃처럼 살아갑니다`봄이 오는 들판에는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 주목받지 못한 풀이며 꽃이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듯 온 힘을 다해 땅을 뚫고 나온 연두빛 새싹들이 햇살을 받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소화(小花)자매원 장애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회복지사 김주희라고 합니다.
작은꽃(小花)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소화자매원은 1956년 광주시 북구 화암동 무등원에서 부랑인 및 폐결핵 환우들을 돌보며 공동체생활을 하다가 1985년 정신장애인(성인여성)생활시설로 시작하였고, 1997년 5월에는 정신지체장애인들을 위한 생활시설 ‘소화천사의 집’을 개원하여 기초생활훈련부터 사회적응훈련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소화정신요양원에는 120명가량의 성인여자 정신장애인들이, 소화천사의집에는 70명 가량의 성인여자 정신지체장애인들이 자신들만의 빛깔과 향기로 옹기종기, 오손도손 살고 있답니다.
과거의 생활시설은 단지 보호 및 수용의 차원에서 장애인들이 수동적으로 생활하였지만, 현재의 생활시설에서는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와 장애 특성에 따라 중증장애인에게는 가정과 같은 분위기의 거주공간으로, 경증장애인에게는 가정생활, 직업훈련, 사회성 훈련등의 서비스 지원을 통해 지역사회안에서 지역 구성원의 한 일원으로 능동적인 삶을 준비하는 터전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애를 장애로 여기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자 이 곳의 작은꽃들은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40여년 동안 이곳에 살면서 한번도 서울에 가 본적이 없던 소화가족들과 자원봉사자와 함께 에버랜드에 다녀오기도 하였고, 그 날 자원봉사를 했던 의무경찰 봉사자가 장애인에 대해서 편견을 버리게 되었다는 소감문은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하였지요. 가정생활훈련으로 그동안 갈고 닦았던 요리실력으로 캠프에 가서 소화가족들이 직접 밥을 하고, 김치찌개를 선생님들에게 만들어 주어 감동을 주었던 이야기, 차를 만드는 것과 대접하는 방법을 배우고, 손님(비장애인)들게 차를 대접하는 날이면 들뜬 마음으로 유니폼을 입고 곱게 화장을 하는 차사랑 동아리 가족들, 선생님들보다 볼링을 더 잘 치고 점수가 월등히 높은 가족, 발가락을 다쳐 움직이지 못하는 은복씨를 위해 양치질과 세수를 도와주는 모습, 작년 태풍으로 수해를 입은 수재민들에게 아껴두었던 새 속옷과 양말을 내어주던 마음들...그리고, 어느날 단지 택시를 한번 타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인데 장애인을 돕고 싶다며 이름 밝히기를 극구 마다하며 후원자가 되어주시고 격려의 전화를 잊지 않으시는 익명의 따뜻한 택시 기사님, “나, 이번 후원미사에 못 오거나 후원이 끊어지면 천국간 줄 알어”하시는 할머니 후원자님들...
이렇게 아름답고 눈물겨운 소화가족들 곁에 든든하게 함께 걸어가는 소화자매원의 선생님들과 후원자, 자원봉사자가 있어 소화자매원의 동산에는 봄을 닮아 생명력이 넘칩니다. 널리 알려져 주목받지는 않지만 서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며, 삶을 꽃 피어가는 장애인들을 여러분과 인생을 함께 걸어가는 평범한(?) 이웃으로 바라보아 주세요.
김주희<소화자매원 소화천사의집 사회재활2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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