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과 옵션을 주식선물ㆍ주식옵션이라고 하지만 기초자산이 주식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선물ㆍ옵션의 기초자산은 실로 다양하다. 콩, 밀가루 등 농산물이 기초자산인 경우가 있는가 하면, 원유, 아연, 동과 같은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쓰레기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거래도 있을 정도이다. 거래의 대상으로서 상품성이 있고, 표준화가 가능하다면 웬만하면 선물ㆍ옵션거래의 기초자산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선물ㆍ옵션거래의 기초자산은 무엇일까? 주식도 아니고 농산물도 원자재도 아닌 주가지수이다. 주가지수란 무엇인가? 주가의 수준을 하나의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쉽게 말해서 주가의 평균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단순평균이 아닌 가중평균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1990년 1월 3일을 100으로 놓고 계산한 시가총액 가중평균이다.
주가지수는 어느 주식시장의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이상의 기능 가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기능중의 하나가 경제 전체의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더구나 주가지수는 실제로 경기가 좋아질 것인지 나빠질 것인지를 몇 개월 미리 보여주기 때문에 투자자 뿐만이 아니라 정부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가지수가 추세적으로 하락하면 앞으로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그러면 주가지수가 앞으로 확실하게 하락한다면 콜옵션을 사야 할까? 아니면 풋옵션을 사야 할까? 지금의 상황으로 봐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것이 확실하고, 전쟁이 개시된 후 이라크가 유전을 폭파하면 원유 가격이 폭등할 것이 확실하므로 주가지수가 더 하락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이라크 전쟁에 대한 정보는 이미 모든 사람에게 알려져 있고, 주가지수에 이미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주가지수는 더 이상 하락하지 않을 것인가? 미국과 이라크사이의 전쟁 발발이후 구체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상당히 다양하다. 또 다른 변수인 북핵문제와 SK그룹의 회계부정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과연 투자자는 자신이 예상한 것과 같이 앞날의 상황이 전개된다고 확신하고 재산을 걸 수 있을까? 몇 주전에 언급한 것처럼 미래를 예견하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다. 따라서 미치지 않았다면 미래를 예견해서 투자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예측은 가능하다. 예측과 예견은 어떻게 다른가? 예견은 미신이고 환상이지만 예측은 과학이다. 예측은 자신이 확보할 수 다양한 정보와 데이터를 근거로 발생 가능한 경우를 확률적인 분포로 표현한다. 예측에 따른 투자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재산을 한 곳에 몽땅 털어 넣지 않는다. 분산투자를 좋아한다. 따라서 예측에 의한 투자자가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 다만 예측조차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고차원의 수학과 수퍼컴퓨터를 이용한 예측도 자주 실패한다. 증권시장에서 자주 인용되는 우스개 소리중에 "주가와 개구리 뛰는 방향과 여자의 마음은 절대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러면 주가지수는 어떻게 거래되고 선물ㆍ옵션의 기초자산이 될 수 있을까? 주가지수는 주식, 농산물 또는 원자재와 같이 실체가 있는 재산이 아니라 그저 숫자일 뿐이다. 실제로 주가지수를 거래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떤 투자자가 주가지수를 70포인트에 한 개 산다고 가정하자. 포인트는 주가지수의 수준을 나타내는 단위이다. 그러면 주가지수의 값은 70포인트×50만원×1계약=삼천오백만원이다. 계약이라는 말은 주가지수 한 개 대신에 쓰는 단위이다. 50만원은 무엇일까? 주가지수 한 계약의 크기를 정하기 위해서 증권거래소가 정한 것이다. 증권시장 용어로 승수라고 한다. 영어로 multiplier라고 쓰는데, 곱하는 숫자라는 뜻이다. 이 투자자는 언제 돈을 먹을까? 정말 간단하다. 만일 주가지수가 71포인트가 되면 주가지수를 팔면 된다. 그러면 정확하게 오십만원을 이익으로 먹게된다. 만일 주가지수가 69포인트가 되면? 당연히 50만원만큼 손해를 본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차장·
87 법학 졸> choica@ks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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