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살롱 43
헨델의 ‘Lascia ch''io pianga(울게하소서)’

카스트라토가 들려주는
천사의 노랫소리

세라핌은 하느님의 보좌를 지키는 날개가 여섯 개 달린 천사다. 두 개의 날개로는 하나님을 두려워해 얼굴을 가리고 둘로는 발을 가리고 나머지는 성(性)을 가리기 위한 것이었다. 만약, 알려진 것처럼 이들이 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천사의 노랫소리를 감히 이와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Lascia ch"io pianga/la durasorte e che sospiri la liberta(나를 울게 하소서/비참한 나의 운명, 나에게 자유를 주소서)”
파리넬리는 신에게 자신의 비참한 운명으로부터의 구원을 애원한다.
스테파노 디오니시가 열연한 영화 ‘파리넬리(Farinelli)’는 17세기 실존한 카스트라토 카를로 브로스키(Carlo Broschi)의 생을 그렸다. 본래 ‘Lascia ch''io pianga(울게하소서)’는 헨델의 오페라 ‘Rinaldo(리날도)’의 제2막 4장의 아리아이다. 영화에서도 파리넬리와 그의 형, 헨델의 음악과 카스트라토의 비극적인 운명이 줄거리를 이룬다. 헨델은 카스트라토는 자신의 음악을 표현해 낼 수 없을 것이라며 비난했지만 파리넬리는 그의 음악을 흠모한다. 파리넬리가 오페라 무대에서 ‘Lascia ch''io pianga’를 부르던 날, 헨델은 감동하다 못해 기절하고 만다.
여자가 교회에서 음악을 할 수 없었던 16~18세기 여자를 대신했던 것이 바로 카스트라토였다. 이들은 성대가 발육하기 전 거세함으로 소년의 미성과 성인 남자의 깊고 커다란 가슴으로 3옥타브를 넘나드는 초월적인 목소리를 가질 수 있었다. 부와 명예에 눈이 먼 부모에 의해 이탈리아에서만 연간 4천명 이상의 남자아이가 거세를 당했다. 결국 카스트라토는 1587년 금지됐다.
‘음악의 오르가즘’을 체험케 한다는 이 노래는 카스트라토의 목소리 재현을 위한 비화가 있다. 도입부에서는 카운트테너 데릭 리라진, 고음부는 소프라노 에바 말라스 고들에브스카가가 불렀으며 중간부는 디지털 합성으로 탄생했고 이들은 이곡을 위해 3천 번의 녹취를 했다고 한다.
비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영화 ‘왕의 남자’에서와 같이 조선시대 그리고 지금의 광대 ‘공길’이 있다면 르네상스시대 서양에서는 흠모의 대상 파리넬리가 있었던 것이다. <리>
취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