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법 개정

더 나은 삶을 찾아서 미국에 온 이들

최근 미국이 갈등의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이민법 개정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더 한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 이민법은 무척 예민한 사안 중에 하나이다. 특히 미주 2백만 한인 중 서류미비자인 것으로 알려진 20만 명이 훨씬 넘는 한인이 관련된 일이니 더욱 그렇다. 서류미비자들은 미 전국적으로 6백60만 가구, 1천 2백만 명으로 알려져 있다.
예상을 뒤엎고 연방 상원의 이민법 개정 합의안이 지난 7일 찬성 38명, 반대 60명(공화당 소속 54명 전원과 민주당 소속 6명)으로 부결되었다.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의 견해 차이가 첨예하게 드러나 2주 뒤로 연기된 개정안 논의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지금까지 치열하게 벌여왔던 개정안 토론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민법 개정안의 핵심은 불법체류자(이들에게 범법자 취급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친 이민단체에서는, 합법적인 이민자에 비해 이민관련 서류가 부족한 것 뿐 이라는 개념으로 서류미비자라는 표현을 쓴다)들에게 어느 정도 까지 합법적인 신분을 부여하는가에 있다.
미국 언론들은 희망적이던 이민법 개정안이 상원에서 통과하지 못한 이유는 반멕시코 감정과 고용시장의 불안감이라고 지적한다. 지난달 미 전국에서 대대적으로 일어난 시위에 동원된 멕시코 국기가 역효과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중산층 이상 미국인들이 불법체류자 구제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나 최근 이 계층이 줄어들고 있다. 멕시코 국기를 동원하는 시위를 바라보면서 국가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내 라틴계 인구가 증가하면서 18세기 유럽문화가 사라지고 라틴계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생각이 미국인들의 정서를 자극한 것 같다는 것이다. 또 불법체류자가 모두 구제되면 저임금 노동시장은 모두 라틴계 노동자들이 차지해 미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주장이 중하층 미국인들에게 먹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이던 시기에 미국에 이주한 사람들은 주로 영국인이었다. 미국이 독립한 뒤에는 남부의 대 농장과 북부의 상공업지역에서 광활한 땅을 개척하는데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이 시기에 아프리카에서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잡아와 노예로 삼아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미국의 부를 쌓아갔다. 서부와 남부로 미국의 주(State)가 늘어날 때마다 아프리카 흑인 노예제도를 용인할 것인가, 금지할 것인가를 이슈로 하여 노예주와 자유주로 갈라졌다. 1861년 링컨 대통령의 당선을 계기로 남북전쟁이 시작된다. 남부는 대농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예제도가 절실히 필요했고, 상공업이 발달한 북부에서는 값 싼 노동자의 공급을 위해 노예해방이 필요했던 것이다. 노예제도를 지지했던 공화당도 이러한 이해관계 속에서 남부공화당은 노예 찬성, 북부공화당은 노예 반대로 분열한 것이다. 마음씨가 좋아서 불쌍한 흑인들을 위한 노예 해방을 외친 것 만은 아니다.
남북전쟁 뒤 시카고, 디트로이트 등의 북부지역에서 공업화가 가속화하면서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더 나은 삶을 찾아서 영국인과 아일랜드인은 물론이고 독일, 이탈리아 등 전 유럽 전지역에서 이민 행렬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당시 미국의 하층민으로서 광부, 항만 노동자, 잡역부 등 궂은 일을 하면서 미국의 경제를 굳건히 하는데 일조를 하였다. 13살의 어린 나이에 스코틀랜드에서 부모를 따라 이민 온 앤드류 카네기가 방직공장과 전신사무소의 사환으로 시작해 힘든 이민생활 거쳐 세계적인 철강 왕이 된 것도 이 시기이다.
2006년 봄, 지금도 세계 각 나라에서 더 나은 자신들의 삶을 찾아서 미국으로 오고 있다. 이 중에 간혹 서류미비자도 있는 것이다.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최근 미국의 화두인 것이다. okjin2467@yahoo.co.kr

▲ 전설적인 라틴계 농민운동가인 시저 차베스의 79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행진이 지난 31일 멕시코 이민자인 비아라이고사 LA시장(맨 왼쪽)과 친 이민단체 운동가, 시민 등 5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LA 다운타운에서 있었다.
진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