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무척 서먹서먹했다. 낯설기도 했고, 서로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기 때문에. 이미 친해져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만 잘해주는 그 사람이 섭섭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쌓여가면서 점차 나는 그 사람의 마음을 받는 법들을 배워갔던 것 같다. 무슨 글씨인지 알아볼 순 없었지만, 깨알 같은 글씨로 채워 넣은 편지를 받으면서, 한 아름 가득 접어놓은 종이배를 껴안으면서 나는, 나를 만나는 그날을 6일 동안 손꼽아 기다리는 그 사람의 마음을 받는 것을 배워가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내가 매주 자원봉사를 나가는 장애인 시설에서 만난 사람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사람들이다. 그 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내게는 ‘그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매주 자원봉사를 나가면서 나는 그 사람의 삶의 모습들을 보게 된다.
그 사람의 삶의 모습 속에서 나는 그와 닮은 나를, 그리고 나와 닮은 그를 찾아간다. 나와 다르지 않은 그 사람의 모습. 그 속에서 나는 내 안의 깊은 곳에서의 외침을 발견한다. 아무도 입 밖으로 내어 표현하지 않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면 존재의 근원적인 외침을 그 사람은 내게 보여주곤 한다. ‘나 사랑받고 싶어요.’ ‘나는 당신에게 어떤 사람인가요?’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보아주세요, 기억해주세요.’그 사람에게 내가 한 발짝 다가갔을 때, 그는 내게 자신의 마음을 주었다. 사실, 쉽게 다가설 수 없었고, 그 사람의 마음을 쉽게 알아챌 수도 없었지만, 그렇게 만났다.
사랑 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어떠한 조건이 아니라 그저 받을 수 있는 열린 마음이라는 것, 또 사랑 받음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그 사람은 끊임없이 내게 가르쳐 주었다.“선생님, 사랑해요”“왜?”“그냥. 선생님이니까.”‘나’이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그 사람의 말. 그의 말에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사랑한다는 말에 나는 왜냐고 묻고 있는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무엇 때문에 무언가를 좋아하고, 어떠한 조건을 먼저 생각하는 것들이 나의 습관이고 기억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그런 나에게 내가 나이기 때문에, 그리고 네가 너이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세상은 많은 조건들을 이야기한다.
네가 어떠한 모습이어야 사랑 받을 수 있다고, 어떠한 상태가 되어야 넌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니, 어쩌면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우리 스스로 그러한 생각에 빠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돈 벌기에, 다이어트에, 공부에 목을 메고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 또는 그 결과 가운데 나는 나 자신에게 묻고 싶었던 것 같다. 정말로 사랑 받고 있는지, 또는 행복한지.복잡한 세상 속에서 또다시 나의 길을 잃고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살 것인가를 고민할 때 그 사람은 나에게 답이 되어준다. 곁에 있음으로 사랑하는 것, 이 외에 필요한 것은 없다. 오성원<특수교육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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