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서의 위험관리(1)

미국이 이라크에 대하여 실질적인 선전 포고를 한 3월 18일 서울의 주식시장은 폭등세를 보였다. 전쟁에 대한 정보가 이미 주가에 반영되었고, 단기전이 예상됨에 따라 오히려 상승한 것이다. 바로 전날 종합주가지수(KOSPI)가 22.41포인트 하락했던 주식시장이 이날은 22.07포인트 상승함으로써 전일의 폭락세를 만회하였다. 그 다음 날인 수요일은 어떠했을까? 미국 증시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어제의 폭등에 대한 경계감으로 소폭 하락하다가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수에 힘입어 4.4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설명되었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경쟁력이 약화되지만, 반대로 원화가치 상승으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이점도 있다.) <자료사진>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것일까? 폭락과 폭등이 반복하는 주식시장은 아무리 뛰어난 분석방법을 동원한다고 해도 예측하기 힘들다.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채권 등의 가격은 수시로 변동하기 때문에 증권을 보유한 투자자의 입장에서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금융시장의 다른 축인 외환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작년 여름만 하더라도 정부의 걱정거리는 미국 달러대비 원화의 가치 상승이었다. 1997년의 외환위기 당시 2,000원을 육박하던 환율이 1,300원대에서 안정되는가 싶더니 1,100원대로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환율 상승 때와는 다른 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원화의 가치가 상승하면, 다시 말해서 환율이 하락하면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수출경쟁력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외환위기 때 2,000원짜리 물건을 1달러에 수출할 수 있었지만, 환율이 1,100원으로 하락하면 달러로 환산한 가격은 1.8배 인상된다. 그러나 환율의 하락이 야기하는 효과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원화의 가치가 상승하면 해외에서 사오는 원자재의 가격이 하락한다. 원유를 예를 들면, 달러대비 환율이 2,000원에서 1,100원으로 하락할 때 원유 수입비용이 45%나 감소된다. 이와 같이 환율의 변동으로 인한 효과는 부정과 긍정의 양면을 가지고 있지만 수출이 중요한 우리 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환율의 급격한 하락은 경제정책을 집행하는 사람에게 근심거리를 주게된다. 그러면 요사이 환율의 움직임은 어떨까? 작년하고 완전히 반대 상황에서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지속된 달러화의 약세에 편승하여 하락하던 환율이 북핵위기를 전환점으로 상승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특정 역외 세력의 농간일 개연성도 점쳐지고 있다. 급기야 한국은행이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달러화를 매도한다고 발표했고, 그간 꾸준하게 증가하던 외화 보유고도 소폭이나마 감소했다. 그러면 앞으로의 환율은 어떻게 될까? 당연히 모른다. 참고로 언급하면, 골드만 삭스, 모건 스탠리 등 이름만 들어도 대단해 보이는 투자은행들이 작년에 예측한 원화 환율은 2003년도 1,200원대, 2004년도 1,100원대로 점진적인 달러 가치의 하락과 이에 따른 달러대비 환율의 하락이었다. 외환위기 전의 환율은 얼마였을까? 1997년 3월 20일의 환율은 884.40원이었다.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외화, 양도성예금증서 등은 정도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가격변동의 위험이 있다. 어느 기업이 외국에서 기계설비를 수입한다고 가정하자. 통상 기계설비를 외국에서 구입할 때, 기계 값을 한꺼번에 지불하는 대신에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리스로 지불하는 방식을 택한다. 따라서 그 기업은 기계를 운용하여 얻은 수익의 일부를 정기적으로 달러로 환전하여 갚아야 한다. 그런데 환율이 10%정도 상승하면 정기적으로 지불해야되는 돈이 10%정도 늘어난다. 물론 10%정도 환율이 하락하면 지불하는 돈도 10% 하락한다. 문제는 환율이 상승할 지 하락할 지 예측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고, 환율 예측에 신경을 쓰다 보면 원래 회사의 주된 업종이 뭔지 헷갈리게 된다는 것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환율의 변동과 상관없이 주된 업종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확대에 치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 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파생상품이다. 10만달러의 리스료를 지불하는 회사의 경우 거래가 발생했을 때, 미리 10만달러의 통화선물을 매수하면 된다. 그러면 환율이 10%가 아닌 90% 변동해도 환율변동으로 인한 손실은 발생하지 않는다. 옵션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통화콜옵션을 매수하면 된다. 그러면 환율이 상승해도 손해가 없는 이점 외에 환율이 하락하면 환차익을 얻게 된다. 이러한 거래를 헤지(Hedge)거래라고 한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차장·
87 법학 졸> choica@ks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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