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자혜 양이 연세사회복지관 아이들에게 솜사탕을 만들어 주고 있다.

솜사탕은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 좋아한다. 뭉게구름처럼 피어난 솜사탕을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드는 그 맛, 그래서 아이들은 솜사탕 가게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요즘엔 가격도 꽤 올라 하나에 천 오백원, 부모에겐 아이들 간식 값으로 적지 않은 가격이지만 때 묻지 않은 아이들에겐 대수롭지 않다. 그래서 여기, 아이들에게 무료로 솜사탕을 만들어 주는 이들이 있다. ‘좋은 나라 나눔 운동본부’. 그들과 함께 ‘연세지역아동센터’와 ‘연세사회복지관’을 찾아 하루 종일 솜사탕을 만들어 아이들 손에 쥐어 주었다. <편집자주>

“더 먹어도 돼요?”, “하나 더 주세요”

솜사탕의 달콤함 속에 울보막내 진호도 사르르 녹아든다

사랑가득 구름모양 솜사탕은 아이들에게 달콤한 행복의 맛을 전해줬다.
“크고 풍성한 솜사탕이 좋아요? 여러 가지 색깔인 솜사탕이 좋아요?”
“풍성하게 해주세요!”

솜사탕 파는 아저씨가 학교 앞에 찾아오면 아이들은 그날 솜사탕을 사는 날이다. 마치 구름을 집어다 붙인 모양에 한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달콤함이 사르르 녹아든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 만점이다. 천 오백원이면 그 달콤한 맛을 누구나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솜사탕 하나를 쥐는 작은 행복마저 힘든 아이들이 우리 주위에는 아직 남아 있다. 그런 아이들을 찾아가 솜사탕을 무료로 만들어주고 나눔의 행복을 전하는 전도사들이 있다.

지난 25일 오후 2시, 2호선 대림역에 솜사탕 원정대가 모였다. ‘좋은 나라 나눔 운동본부’카페 회원 중 5명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도착 전부터 아이들에게 행복을 나눠줄 생각에 들떠 있었다.
지난해 결성된 ‘좋은 나라 나눔 운동본부’카페는 1백45 명의 카페 회원이 있지만 정작 봉사활동 참여자는 한정적이다. “카페에 가입한지는 꽤 됐지만 막상 봉사활동을 하러 가기가 쉽지 않았어요”라며 카페 초기 회원이면서도 ‘유령회원’이었던 민자혜(서울대·4) 양은 오늘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어려운 사람들은 많지만 그들에게 선뜻 도움을 주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게 작은 고백을 듣는 동안 양천구에 있는 연세지역아동센터에 도착했다. 연세지역아동센터는 어려운 가정의 자녀들에게 방과 후 미술과 학교 공부를 가르치는 곳으로 현재 40여명 정도의 저소득층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처음 그곳에 들어서자 아이들은 그리 반기지 않았다. 그래도 봉사자들은 꿋꿋하게 솜사탕 기계를 설치하고 솜사탕을 하나씩 뽑아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경계심때문인지라 아동센터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솜사탕을 하나씩 배달했다. 한 아이가 솜사탕을 받자 그제야 다른 아이들의 관심이 모두 솜사탕에 집중됐다. 그리곤 이내 서로 솜사탕을 먼저 달라고 아우성 치기 시작했다.

 “얌전하게 앉아 있으면 먼저 줄게” 라며 재치를 발휘하는 이정아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의 아우성이 멈췄다. 그리고 하나씩 솜사탕이 배달 될 때마다 아이들은 “제가 제일 얌전했어요!”라고 소리쳤다.

그렇게 아이들은 봉사자들과 솜사탕 녹아들 듯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서국현 사회복지사가 솜사탕을 쉬지 않고 뽑아냈고 민자혜 양과 직장인 이지선(28) 씨가 아이들에게 솜사탕을 나눠줬다. 한쪽에선 직장인 봉사자 안혁진(37) 씨와 이자훈(31) 씨가 개인적으로 준비한 ‘달고나’ 도구를 꺼내 달고나를 만들었다.

 순식간에 아이들은 솜사탕과 달고나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하나씩 자기 몫을 먹고도 우르르 모여들어 “더 먹어도 돼요?”, “하나 더 주세요”라고 손 내민다. 네살배기 울보막내 진호도 솜사탕 때문에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취재기자를 피하던 진호는 이제 솜사탕을 들고 카메라 앞에서 웃어 보이기까지 한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우빈이는 솜사탕 기계 앞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줄지어 서있는 아이들 때문에 솜사탕을 얻기가 힘들다는 걸 알아서 일까. 우빈이는 솜사탕 기계 옆에 앉아서 손가락을 넣어 찍어 먹는다.

▲ 솜사탕을 입에 물고 있는 진호.

달고나 줄이 끝없이 늘어서고 혁진 씨와 자훈 씨는 “빨리 주세요!”라는 아이들의 재촉에 끊임없이 국자에 설탕을 녹인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솜사탕과 달고나의 행복을 나눠주고 다음 장소에 가야 될 시간이 됐을 때도 아이들은 “달고나 못 먹었어요”라며 봉사자들을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혁진 씨는 다음 장소로 이동하지 못하고 연세아동복지센터에 남아야 하는 돌발 상황까지 일어났다.

그렇게 혁진 씨를 두고 취재기자와 다른 봉사자들은 다음 장소인 ‘연세사회복지관’으로 이동했다. 연세사회복지관은 고아, 미아, 기아, 가출소녀 등의 여자아이들만을 보호, 양육, 교육하는 곳으로 46명의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솜사탕 기계를 꺼내자마자 호기심으로 가득 찬 여자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자혜 씨는 두 손을 걷어붙이고 솜씨 좋게 솜사탕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크고 풍성한 솜사탕이 좋아요? 여러 가지 색깔인 솜사탕이 좋아요?”라고 자상하게 묻는다. 아이들에게 자혜 씨의 따듯한 마음이 전해졌을까, 말 한마디 없던 아이들이 다 같이 입을 모아 “크게 만들어주세요!”라고 외친다. 그 말에 힘입어 자혜 씨는 46명 아이들의 솜사탕을 하나하나 다 만들어 주었다.

자혜 씨에게 “힘들지 않았어요?”하고 작게 물었다. “힘들긴요. 진작 이런 봉사를 시작했어야 했어요. 생각으론 항상 봉사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실천하게 됐어요”라며 자신을 반성하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이렇게 직접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나눠준 적은 처음이라 재밌네요. 앞으로도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꾸준히 봉사에 참여할 생각” 이라고 말했다. 저녁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봉사자들은 아이들과 “다음에 또 와서 만들어 줄께”하고 작은 약속을 남긴다.

봉사가 과연 그들에게 무엇보다도 즐거운 일이었는지 아이들이 솜사탕 하나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또래 아이들보다 어렵기에 상처받기 쉬운 아이들은 이렇게 작은 도움에도 행복해 한다.
‘봉사’는 어렵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 노숙자에게 자신의 목도리를 선물해 인터넷에서 ‘목도리녀’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 일처럼 봉사는 바로 우리 곁에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세상의 등불이 될 수 있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그리고 그 등불은 세상만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삶을 비추는 등불이란 것도 바로 깨닫게 되는 것이 봉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