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부 와이오밍주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J. 폴록(Jackson Pollock)은 18살의 나이에 화가가 되기 위해 뉴욕으로 와서(1930) 미술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그는 음주, 폭력과 반사회적인 행동을 일삼으며 결국 만취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만나 요절한, 한마디로 괴팍하고 불행했던 한 사람의 화가였다. 현대 미술의 후원자였던 P. 구겐하임(Peggy Guggenheim)의 보살핌과 지지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그는 우리의 기억에조차 남아있지 않을 지도 모른다.
폴록은 늘 세워서 보던 캔버스를 바닥에 펼쳐놓은 수평성을 착안하고, 그 위에 공업용 페인트를 떨어뜨리거나 들이붓는 ‘드립페인팅(drip painting)’으로 전후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와 동의어로 사용되는 ‘액션페인팅’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낸, 회화의 중심을 파리에서 미국으로 옮기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 거인이었다. 이 작품은 그가 처음으로 액션페인팅을 시작한 시기의 것으로서, 좀더 자세히 보기 위해 부분을 확대해 보았다. 당시에 폴록은 자신의 제작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나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는 깨닫지 못 한다. 그리고 그림과 친숙해지는 약간의 시간이 경과한 뒤에야, 내가 어떤 행위를 저질렀는가를 알게 된다.

이로 미루어, 그의 기법이 초현실주의의 자동기술법(오토마티즘)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잠재의식을 탐사하지 않는 점에서 그것과 구별된다. 오히려 이 그림의 표면은 행위와 신화와 상념이 만나는 장(場)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현대의 통신네트웍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만남의 장이며, 창조적인 활동을 위한 장이라는 점을 상기해 볼 일이다. 말하자면 그의 작품은 인터넷시대의 ‘연결성(connectivity)`을 예언했던, 가장 강력한 시각적인 은유법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그림을 보면 마치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겉으로 보기엔 매우 단순해 보이는 색채의 뒤엉킴이지만, 이 색채들은 힘차게 얽히고, 짜여지고, 갈라지고, 결합하고, 충돌하고, 교차하고, 이어지면서 역동적인 파동을 일으킨다. 그것은 작자가 주제의 중심에 서서 계획하고 정리한 작품이 아니라 거미줄같이 얽혀버린 심리적 미로와 같은 것이다. 여기에는 작자성을 무효화하는 익명적인 감각이 있으며, 새로운 의미가 창조되는 현장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우리들의 문화에는 마음이나 공동적 인간의 행위, 그리고 지구에 관한, 보다 전체적인 접근에 대한 관심이 부활하고 있으며, 현대의 통신 네트웍은 문화전반에 폭넓은 만남의 장을 제공한다. 인터넷 문화와 더불어 다가온 네트웍의 의미를 이만큼 상징적으로, 그리고 예언적으로 표현해낸 회화도 없을 것이다.
<예술대학·예술학부·서양화전공>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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