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갈만한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지만 젊은이들 많은 번화가를 꼽으라면 아마 대학로가 빠지지 않을 듯 싶다.  사람많고 복잡한 건 다른 번화가들과 별반 다를 바 없지만 대학로라는 이름 때문일까. 유난히 대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 성균관대가 위치하고 있는 이유도 있겠지만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드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 볼만한 연극들과 각종 공연들이 펼쳐지는 예의 장이기 때문일 것 같다.

유난히 날 좋은 일요일 오후 2시, 대학로를 찾았다. 예전부터 친구에게 익히 들었던 세탁소 극장을 가려고 미리 경로를 알아간 탓에 혜화역 4번 출구 앞에 위치한 ‘오아시스 세탁소’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이 세탁소에서 공연하는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의 3시 표를 사고는 남은 1시간 동안 뭘 할까 생각했다.

내가 알기론 원래 이 극장이 혜화역에서 바로 나와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혜화동 로터리 첫 번 째 주유소 골목으로 10여분 들어가야 겨우 발견할 수 있는 곳이라 들었기에 옛 공연장의 자취를 보고싶은 마음에 찾아가 보기로 했다. 매표소 직원에게 물어보니 현재 위치에서 15분정도 걸어야 된단다.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옛 공연장 찾기가 쉽진 않았다. 예상시간에서 10분을 더 헤맨 끝에 그 곳을 찾았다.

이 극장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말 세탁소라고 착각하고 지나칠 정도로 연극과 공연장의 리얼리티가 독특하고 실감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지금은 그 곳의 간판도 없어지고 공연장의 자취가 다 사라진 뒤였지만 거쳐 간 사람들이 남겨놓은 자잘한 낙서와 감동은 여전히 그 곳에 머무는 듯 했다.

공연장을 옮긴 이유는 누수문제가 심각해서 무대세트에 진열된 옷들이 젖는 사례가 잦았기 때문이라는데 새 보금자리라고 해서 객석을 늘렸거나 공연장이 커진 게 아니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돌아온 새 공연장, 오아시스 세탁소는 옷이 아닌 마음을 세탁하는 곳이기에 객석은 전과 변함없이 100석이었고 공연장 면적 또한 한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통로로 열결 돼 있다.

2003년부터 공연을 시작해 지금까지 전회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기에 어쩌면 대형극장에서 대규모로 공연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연기 제대로 하는 소박한 배우들과 방석하나로 객석을 꾸민 심보를 보니 왜인지 영락없는 세탁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은 돈에 미친 자들과 이들의 옷이 아닌 마음을 세탁하려는 세탁소 주인의 대립과 화해로 흘러간다. 연극 막바지에 어머니의 유산을 서로 물려받으려는 형제들의 싸움 뒤 세탁소 주인은 이들을 튼 세탁기속으로 들여보내 옷세탁이 아닌 마음세탁을 한다. 몇분 후 세탁기 문이 열리고 검은 옷을 입어 어두운 마음을 나타냈던 그들이 새하얀 순백옷과 함께 착한사람들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관객석엔 비누방울이 날린다. ‘빨래끝’이라는 빨래줄에 널린 문구와 함께 연극이 끝나고 관객들에겐 빨래비누 하나씩을 나눠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특함의 연속이다.

연극을 보고나니 정말 한 주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모두 오아시스 세탁소 안에서 씻겨진 것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웃다가 울다가 정신없는 1시간 30여분이 흘렀고 그 안에서 관객으로 참석한 연인들, 가족들, 또는 각자들은 오아시스 세탁소의 단골들을 지켜보며 아마 동네 세탁소에 옷을 맡기러 가는 자신을 생각해보지 않았을지.

이 곳을 찾아오는 것은 어렵지 않다. 주말에 괜찮은 연극한 편 건지고 싶다면 오아시스 세탁소에 가라. 괜찮은 연극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세탁해주는 인심좋은 주인아저씨가 살인미소와 함께 깨끗한 마음까지 선물해 줄테니까.

최이슬 기자  reportercys@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