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전캠퍼스 혜당관의 은행창구가 한산하다. 모처럼 쉬고 있을 돈들을 생각해 보며

오랜만에 평화가 찾아와 잠깐 지친 몸을 쉬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밤에도 이 기계 속에서 저 기계 속으로, 이 사람 손에서 저 사람 손으로,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쉴 새 없이 뛰어다녔답니다.
어떤 나라에서는 영문은 알 수 없지만 제 몸값이 갑자기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기도 하였고, 어떤 나라에서는 똥값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저를 거리에 함부로 내던지는데, 어떤 나라의 아이들은 저를 맡기고 하루세끼 식사를 하더라고요.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저를 끌어안고 기뻐 날뛰기도 했고, 어떤 이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더군요. 또 다른 어떤 이는 무엇이 그리 화가 나는지 나를 박박 찢어버려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누구는 저를 ‘아름다운 꽃’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데 누구는 ‘악마의 유혹’이라며 사정없이 폄훼합니다. 또 다른 누구는 저를 알아야 세상을 알 수 있다 하고, 또 다른 누구는 저를 알면 사람 버린다네요.
이런 사람들도 있습디다.

 제가 뭐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라나요, 그러니까 반대편에서는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첫 번째 물건이라고 비아냥대더군요. 사람들이 이러니 도대체 저도 저의 정체성을 알 수가 없답니다. 제가 뭐죠?
세상에 태어나 그저 사람들의 희로애락(喜怒哀樂)과 함께 해온 죄밖에 없는데 말이죠.
어떤 대학생이 그럽디다. ‘너는 내 어머니의 눈물꽃이라고’. 그때 저 감동 먹었습니다. 그 대학생 등록금인가 뭔가 때문에 참으로 고민 많다고 저에게 독백도 했답니다.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저는 속으로 ‘열심히 공부하라’고 격려해 줬습니다.
사람들이 저에게 친구를 한명 붙여 주었습니다. 그 친구 이름은 ‘권력’입니다. 그 친구는 저보다 더 불쌍합니다. 올빼미도 아닌 것이 맨 날 밤에만 나다닙니다. 죄 없는 사람도 가두고, 죽이고, 내쫒고… 정말 피도 눈물도 없답니다.
정말 ‘권력’이는 친구삼고 싶지 않은데 사람들이 억지로 맺어줘 어쩔 수 없이 같이 다닙니다.

이런 제가 정말 싫습니다. 밉습니다.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에게도 존경하는 사람이 있답니다.
누군가 하면 바로 만상 임상옥입니다. 임상옥은 저를 ‘財上平如水’라며 아껴주었습니다.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아야 된다’는 뜻이죠. 

유현수 기자  irene0127@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