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잎이 하나 둘 떨어져가는 날씨 좋은 봄날, 홍대 앞 예술거리로 향했다.
패션 좀 안다는 사람, 예술 좀 안다는 사람 사이에서는 이미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홍대 앞 예술거리 프리마켓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프리마켓(Free Market)은 일반인들이 장사꾼이 되어 자신이 쓰던 중고물품 혹은 자신이 만든 창작품을 사고파는 곳이다. 홍대 프리마켓은 월드컵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으며 일반인 누구나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의 ‘생활창작 아티스트’를 모토로 내걸었다. 홍대신촌문화포럼이 주최한 행사로 첫발을 내디딘 홍대 프리마켓은 2002년에 시작했으니 벌써 햇수만으로도 6년째. 일천한 역사에 비해 입지를 탄탄하게 굳혀가며 명실상부한 홍대 앞 최고의 볼거리로 꼽히게 됐다.

홍대입구역 5번 출구로 나와 홍익대학교 정문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어린이 놀이터가 나오고, 현수막에 적힌 ‘프리마켓은 놀이터 안에서 열립니다’라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찾기 힘들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프리마켓이 열리는 곳 가까이에만 가도 북적이는 사람들과 음악소리 덕분에 바로 그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

프리마켓 행사장 안으로 발을 들여놓자, 참 색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나무를 칼로 깎아 만든 열쇠고리, 손으로 빚은 오카라나, 직접 만든 퀼트 가방과 일일이 손으로 그림을 그려 넣은 캔버스화를 판매하는 여대생, 병뚜껑과 깡통으로 만든 핸드폰 줄 등등. 예술적인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로 유명한 홍대 앞이어서인지 개성이 톡톡 튀는 개인 창작 작품들로 가득했다. 이젤을 세워두고 프리마켓에 찾아온 사람들의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화가도 있었다.

프리마켓 자체가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개인부스를 몇 바퀴씩 돌며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아내려 눈을 반짝인다. 프리마켓에는 정가제 따위가 없기에 여기저기서 가격을 흥정하는 소리도 들려온다. “어머, 이거 참 예쁘다.” 부스 앞에 멈춰선 채 아기자기한 장신구들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판매물품의 대부분이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건들이라는 매력 덕분인지 사람들은 물건을 집어 들고 망설이기보다는 자신이 마음에 드는 물건을 ‘지르는 데’ 바빴다. 부스를 내고 물건을 파는 사람도 자신이 가지고 나온 물건이 하나하나 팔리는 걸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듯 하나같이 즐거운 표정이었다.
놀이터의 한쪽에서는 소규모 밴드들이 공연 중이었다. 아마추어들이 부르는 노래임에도 그 앞을 빼곡히 메운 사람들은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즐거워했다.
사람들로 항상 북적대는 ‘시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일까, 홍대 프리마켓은 어떤 문화공간보다도 사람냄새가 가득하다.

날씨 맑은 봄날, 무료한 주말 오후 할 일이 없다면 일상에 작은 활력소가 되어줄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을 찾아 가 보는 것은 어떨까. 프리마켓은 매년 3월에서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한시부터 여섯시까지 열린다. 그저 손님으로만 프리마켓을 찾고 싶지 않다면, 홍대 프리마켓 홈페이지(http://www.freemarket.or.kr/)에서 판매부스 신청을 하자. 자신의 손때와 애정이 깃든 물건들을 사고파는 특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경민 기자  bookbugmi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