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멀기만한 땅 티벳, 고작해야 중고등학교 시절 세계사 시간에나 그 지명을 들어본 것이 전부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곳을 가리켜 ‘세계의 지붕’, 또는 ‘때묻지 않는 자연을 거리낌없이 보여주는 곳’이라고 부르지만 나에게는 생소한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 궁금한지 조차 알수 없었던 곳이기도 한데 가장 좋은 방법은 티벳행 비행기표를 직접 사거나 그곳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가 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다.

 티벳행 비행기표를 사는 것도 쉽지는 않다. 그리고 지금은 중국과의 대립속에서 그곳은 상당히 혼란스럽고 위험한 곳이다. 떠날 용기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삼청동에 위치한 티벳박물관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곳을 찾아가는 것도 티벳행 비행기표 구하는 것 만큼이나 쉬운 일은 아닐 듯 하다.

주택가 사이로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 ‘티벳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곳은 철저하게 개인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여행가인 신형수 관장이 직접 유물들을 모아 2000년에 삼청동에 티벳을 ‘완성’했다.

농업을 전공한 그는 여행에 눈을 뜨면서 티벳의 의상과 전통에 반해 10여년 간 티벳과 중국을 수차례 오가며 골동품을 모았고 지금도 박물관에 전시품을 모두 전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유물들을 분기마다 돌아가며 전시해놓고 있다.

이 곳은 2층으로 되어있고 건물 전체가 짙은 파랑으로 페인트칠 돼있다. 그냥 파랑이 아니라 티벳인들의 영혼과 숨결이 녹아 한이 맺힌 파랑이다.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면 불상과 승려상 등 유물 몇 점이 눈에 들어온다. 박물관이라기보다 정리가 되다만 만물상이라고 표현하는게 어울릴 정도로 자연스러운 유물들의 배치와 특유의 향 내음이 인상적이다.

1층은 크게 불교유물실과 생활자료실로 나뉘고 2층은 복식자료실이다. 쉽게 말해 1층은 불교국가인 티벳의 사원을 양식으로 재현해놓았으며 수세기 전에 만들어진 라마상, 경전함, 차공양기, 향꽂이 등이 전시돼있다.

2층은 탈, 모자, 장신구 등 전통의상과 의복생활에 대한 전시가 돼있다. 전시와 함께 음미할 수 있는 티벳의 전통음악과 박물관측에서 내놓는 중국차 또한 이 곳의 매력이다. 유리관에 꼼꼼히 쌓여 만지는 것, 사진 촬영도 기대하기 힘든 ‘양반박물관’과는 다르다.

 박물관을 돌아보는 데는 30분에서 1시간이면 충분하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곳은 박물관 관람이 끝나고 더 여운이 남는 곳인 것 같다. 누군가는 말한다. 지금의 티벳을 설명할 수 있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 곳이라고.

신 관장이 애초에 이곳을 박물관으로서의 기능을 표방한 것이 아니라 티벳이 낯선 한국인들에게 조금이나마 그들의 정서를 전하려 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가 전시해놓은 모든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낯선 곳에 대해 집중탐구하며 고민한 결과를 낯설어 하는 누군가에게 내놓고 감상할 수 있게하는데 입장료 5천원은 결코 비싸지 않다.

그리고 이 곳은 휴관일이 없다. 오전 10시부터 7시까지면 자유롭게 이곳을 둘러보고 그 정취를 얻어갈 수 있는데 감히 누가 이 곳을 도도한 곳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티벳박물관에 지금의 티벳이 없다’라고 하는 것은 그 곳이 티벳인들의 전통과 그 순수함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지금 티벳은 우리나라가 겪었던 일제시대와 비슷한 수난을 겪고 있다. 세계적으로 칭송받는 승려 달라이 라마가 중국에서는 역사의 반역자, 악마로까지 여겨지고 있으며 그들이 지켜왔던 약 400년 간의 역사가 송두리 째 흔들릴 지경에까지 놓였다.

그들은 우리조상들이 느꼈던 조국의 독립의지를 불태우고 있으며 우리조상들이 지키려했던 고유의 문화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티벳박물관은 그들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담아놓은 폴라로이드 사진같다.

직접 가지고 다니면서 추억을 음미하기에는 규모가 크지만 날이 좋든 궂든 피로한 몸이라도 이끌어 이곳을 찾으면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티벳인들의 한과 그것이 깃든 그들의 문화와 전통으로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바로 동서양이 만나 칼국수와 스파게티가 혼재하는 삼청동 골목길 사이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가장 중대한 이유일 것이다.

최이슬 기자  reportercys@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