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용인포은문화제’가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열렸다. 포은 정몽주 선생의 묘역에 마련된 행사장에서 진행됐던 이번 포은문화제에는 우리대학 국악과 프로젝트 동아리 ‘선(善)율’이 퓨전국악을 연주해 의미를 더했다. 지난 23일과 24일, 우리대학 동양학연구소 장두식 연구교수와 국어국문학과 학회 현대문학부 소속 재학생들은 포은문화제를 찾아 역사의 숨결을 느껴보았다. 포은문화제의 뜻 깊은 향기를 전해본다. <편집자주>

우리대학 축제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23일, ‘제6회 용인포은문화제’가 오전 10시 ‘고유제’(告由祭, 포은문화제를 시작한다는 것을 신과 하늘에 알리는 전통의식)를 시작으로 막을 열었다. 처인구 묘현면 능원리에 위치한 포은(圃隱) 정몽주 선생의 묘역에서 열린 용인포은문화제는 고려시대 마지막 충신이며 목은 이색, 야은 길재와 함께 고려 3은(三隱)의 한 사람인 포은 정몽주 선생의 충절과 학덕을 기리기 위해 매년 5월 개최된다.

이 문화제는 용인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지역문화축제로 자리잡았다. 23일, 평일이라 그런지 행사장은 우리대학 축제 현장과는 다르게 비교적 한산했다. 정몽주 선생의 묘역은 30여 개의 부스와 큰 무대로 꾸며져 있었고 행사장 뒤로는 정몽주 선생의 묘소가 올려다보였다.

12시 30분 쯤 우리대학 국악과 프로젝트 동아리 ‘선(善)율’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퓨전국악이 행사장 전체를 감쌌다. 12시로 예정돼있던 공연이 30분 정도 미뤄진 것에 대해 조영이(국악·3) 팀장은 “야외공연이라 바람 때문에 악보가 날아갈 우려가 있어 악보대를 준비하느라 공연이 늦어졌다”며 공연준비가 미흡해 아쉬워했다.

▲ 국악과 프로젝트 동아리‘선율’의 무대공연 모습. 맨 앞이 창을 맡은 이혜연(국악∙4) 양

모든 준비를 마친 후 공연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플라워 오브 케이’에 이어 제주도 민요 ‘너영나영’이 행사장에 흐르자 좌석에 앉은 관중들이 덩실덩실 몸을 흔들었다. “행사가 지체돼 죄송하고요, 늦어진 만큼 더 열심히 공연할게요. 호응 많이 부탁드려요.” 소리를 한 이혜연(국악·4) 양의 애교 섞인 멘트에 관중들은 박수로 격려했다. 송혜민(4) 양의 거문고와 정신애(4) 양의 가야금이 빚어내는 선율에 김다미(4) 양의 대금소리와 김승(4) 양의 피리소리가 조화롭게 섞였다. 조영이(3) 양의 해금 가락과 김태순(4) 군의 구성진 장구 장단은 김정인(4·피리 전공) 양의 피아노 연주와 어울려 청중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 ‘선율’의 가락에 덩실 춤추는 지역주민.

이날 선율은 ‘멋으로 사는 세상’, ‘배 띄어라’, ‘아리랑’ 등을 연주해 우리 국악의 아름다움을 전했다. 공연이 끝난 후 거문고를 연주했던 송혜민 양은 “의미 있는 장소에서 뜻 깊은 공연을 할 수 있게 돼 영광이었다”며 “많은 어르신들과 지역주민들 앞에서 연주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연주소감을 밝혔다. 또 “우리 국악을 많은 사람들이 즐기게 되면 좋겠다”며 “대중과 하나 될 수 있는 국악연주를 계속하고 싶다”고 전했다. 공연을 지켜보던 규방공예가 변인자 씨는 “귀가 즐거웠고 대학생들의 공연답게 수준 높고, 전문성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라고 감상을 전했다.

문화제에서는 공예체험, 전통문화체험, 환경 및 놀이체험, 용인시 농·특산물 전시 및 판매 등 다양하고 풍성한 프로그램들이 제공됐다. 이번 문화제에서 용인시 양봉연구회 배영갑 회장은 용인 백옥 꿀 전시 부스를 열고 벚꽃 꿀, 아카시아 꿀, 야생화 꿀 등 다양한 꿀을 내보이며 용인 고유 브랜드인 ‘백옥 꿀’을 소개했다. 배 회장은 “외국 꿀이 국내에 판치고 있는 데 국내 꿀은 그보다 훨씬 더 질이 좋습니다”라고 말하며 “우리 고유의 고품질 꿀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3년 전 이 브랜드를 출시했습니다”라고 용인 양봉 영농조합법인 대표로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시설채소 전시·판매 부스에서 청경채, 상추, 오이 등을 판매하던 용인시 시설채소 연합회 권숙찬 회장은 “가락시장에 있는 청경채의 90%는 우리 모현면의 청경채”라며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아이비·일년초 무인판매 부스에서는 모아진 수익금 전액이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쓰인다는 훈훈한 문구도 찾아볼 수 있었다. 1회부터 계속해서 포은문화제에 참여했다는 모현면 한순자 부녀회장은 “올해 포은문화제는 예년과 다르게 먹거리가 다양하고 체험학습 등 각종 프로그램이 제공됐습니다”라며 “이를 통해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려고 한 것 같습니다”라고 평가했다.

▲ 포은 정몽주 선생에 대한 추모제례행사

24일은 천장행렬과 국가중요무형 문화재 제56호 종묘제례 기능보유자 이형렬 선생이 집례한 추모제례행사로 시작됐다. 천장행렬에 대해 용인문화원 김장환 사무국장은 “정몽주 선생이 이장되던 당시 천장행렬을 재현하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국장은 “선죽교에서 희생된 정몽주 선생이 복권되어 고향 영천으로 이장되던 중 수지구 풍덕천동을 지날 때 갑자기 상여의 명정이 회오리바람에 날아가 모현면 능원리 문수산에 떨어졌고 이에 지금의 묘 자리에 정몽주 선생의 묘를 쓰게 됐습니다”라며 정몽주 선생 묘 자리와 관련된 설화를 소개했다.

▲ 이형렬 선생의 강의를 듣는 국문과 현대문학학회 학생들

추모제례행사 중에는 용인대 국악과 이오규 교수 중심의 헌가 연주와 4일무의 제례 무용도 볼 수 있었다. 추모제례행사를 지켜본 국어국문학과 박지혜(1) 양은 “제례행사를 직접 본 것은 처음”이라며 “신기하고 흥미로웠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이날 ‘제례의 절차와 의미’를 주제로 한국등잔박물관 상우당에서 이형렬 선생의 전통문화 특강이 열렸다. 이 선생은 특강을 통해 “무엇이든지 예에 맞도록 성의껏 준비하고 제를 올리는 것이 진정한 제사의 본 뜻”이라며 “특별히 제례 때문에 반드시 준비해야할 음식도 음식의 양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밖에도 문화제에서는 다양한 무대공연을 비롯 경연대회가 있었다. 첫째 날에는 예원춤너울무용단의 공연과 용인외고 오케스트라단의 연주, 문화원 풍물단의 공연 등이 있었고 청소년국악경연대회도 진행됐다. 둘째 날에는 시립청소년오케스트라단, 포천시립예술단, 드림피플중찬단의 공연을 비롯해, F-Sharp의 퓨전클래식콘서트가 있었으며 ‘우리문화 사랑하고 지키기’를 주제로 청소년백일장이 열려 청소년들의 참여를 높이기도 했다. 셋째 날에는 전국한시백일장이 열렸고, 마당극 ‘대감놀이’, 퓨전 연희극 ‘신청울림’ 등의 공연이 있었으며 유진박 퓨전콘서트, 5개 합창단이 참여한 가곡합창제 등의 연주무대가 펼쳐졌다.

▲ 청소년국악대회 출전 준비 중인 역북초등학교 학생들

포은문화제를 함께 찾았던 동양학연구소 장두식 연구교수는 “남구만 선생이나 처인산성과 관련된 지역의 다른 역사성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더 많은 이벤트가 제공됐더라면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쉽습니다”라고 말하며 “그러나 먹거리에 치중된 다른 지역의 지자체 주최 축제에 비해 깔끔하고 다양한 문화행사가 제공된 문화제였던 것 같습니다”라고 문화제를 평가했다. 또 “지난 4월 5일 진행했던 1차 향토유적순례에 이어 순례를 지속적으로 추진, 계속해서 용인문화의 아름다움을 재학생들과 나눌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대학이 용인으로 이전 한 지 어느 덧 1주년을 앞두고 있다. 문화제동안 내레이션을 맡았던 용인문화원 진숙 문화위원은 “종합대학으로 명성 있는 단국대가 용인으로 와서 용인이 교육의 도시가 되는데 크게 기여하는 것 같습니다”라면서 “내년에는 포은문화제에 젊은 대학생들이 많이 참여, 더 큰 행사로 거듭나는데 한몫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대학이 위치한 지역의 문화축제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 지역에서 대학의 정체성을 찾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 우리대학 재학생들의 용인문화의 자취를 찾는 노력이 계속되길 바란다.

김은희 기자  mamorikami@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