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지금 노인들의 천국

자연의 여신이 지구촌에 펼치는 대향연

맬서스(T.R.Malthus)는 그의 명저 인구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나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인구와 식량사이에는 필연적으로 불균형이 나타나며 여기에서 굶주림, 가난, 악덕이 생겨난다."고 했다
그는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자연의 여신이 베푸는 다향연에는 미리 초대받은 손님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불청객, 즉 늦게 태어난 사람이 차지할 자리는 없다.

그러나 만일 먼저 와 있던 사람들이 늦게 온 불청객을 가엾게 여겨 자리를 마련해 준다면 곧장 같은 요구를 하는 불청객들이 떼로 몰려들 것이다. 그러면 향연은 질서가 깨어지고 난장판이 될 것이다. 풍요롭던 잔치상은 사라지고 아무것도 없는 빈그릇만 덩그러니 남게 될 것이다." 이처럼 맬서스는 인구과잉에 따른 궁핍의 사회메커니즘을 하나의 자연법칙으로 파악했다.
자연의 여신이 지구촌에 펼친 대향연에 손님이 넘쳐 흐른지 오래다. 지구촌에는 약 60억명의 식구가 살고 있다. 그동안 인구증가와 토지개발로 곡물생산에 이용된 지구촌의 1인당 경작지는 지난 50년의 697평에서 96년에는 367평으로 약 절반이 줄었다. 맬서스가 염려한대로 지구촌 식구 모두가 식량문제에 직면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4,700만여명으로 세계에서 26번째 사람이 많이 살고 있는 나라이다. 이렇게 사람이 많이 사는데도, 맬서스의 걱정과는 달리 다행스럽게도 수출에 역점을 둔 개방적인 경제체제 덕분에 우리는 굶주림과 가난에서 거의 벗어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몇가지 새로운 인구문제가 생기고 잇다. 남아선호에 따라 남녀간 출생성비의 불균형이 심해져 그에 따라 2010년경이면 결혼적령기에 이른 총각 여섯사람중 한사람은 제 짝을 찾기 힘들 세상이 될 것 같다. 그 때가 되면 자연의 향연에 초대받아 왔지만 함께 춤출 파트너를 찾지 못해 짝없는 고무신 신세를 면치 못하는 총각들이 속출할 것 같다.


노인 인구비율의 증가로 정년연장 불가피

또 다른 과제는 인구의 고령화 현상이다. 금세기 최고의 경영사상가 피터 드러커는 지금까지 65세의 정년이 75세로 연장될 것이라는 예언을 했다. 인구감소로 인재도 모자라게 될 것이려니와 좋은 영양에 따른 건강증진으로 정신력의 노쇠의 속도를 늦출 것이며 노인인구의 비율증가로 정치파워가 커지는 등 모든 사회의 추세로 미루어 정년연장이 불가피 하게 될 것이다. 드러커의 많은 예언이 예언시기보다 빨리 왔듯이 이 정년연장도 의외로 빨리 닥쳐 올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전통 사회의 정년이라고 할 치사(致仕)의 한계 연령은 70세였다. 치사했다가도 그 사람이 필요하면 중복(重卜)이라하여 재기용했고 또 치사하더라도 향직(鄕職) 또는 노인직(老人職)을 주어 고향에서 존경받으며 생계에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했으니 노인천국이었다.
오늘날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스웨덴이 17.3%, 독일이 15.2%, 일본은 14.1%, 미국은 12.6%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에 고령화 사회의 기준인 7%를 넘어 7.1%가 되었고 2021년쯤이면 노인인구가 고령화사회의 기준인 14%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노인층이 두터워지는데 자식과 따로 사는 노인의 인구가 늘고 있다. 이들 중 35%는 편하기 때문이라 하고 21%는 자식이 불편해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3세대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모습을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날이 오지 않을 까 두렵다. 여신이 노해서 향연의 막을 빨리 내릴지도 모를 일이다.
<경상대학·경상학부·경제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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