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강두 의장이 31일 기자회견을 갖고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자화폐는 21세기 인류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자화폐의 의미

흔히 21세기는 디지털시대라고들 하는데 디지털기술의 발달이 금융부문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중의 하나는 전자화폐의 출현이 아닐까 생각된다. 전자화폐의 발달은 컴퓨터 및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계기로 금융의 정보화 내지 디지털화와 지급결제의 효율화, 안정화 도모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자화폐의 개념에 대해서는 통상 IC카드나 컴퓨터 네트워크와 같은 전자적 매체에 화폐적 가치를 저장하였다가 화폐처럼 사용하는 선불식 범용 지급결제수단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법적 성격이나 발행기관에 대해 아직껏 통일된 기준이나 명확한 해석이 없는 상황이다. 예컨대 전자화폐의 사용이 어느 정도 전국적 규모로 확산된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싱가포르, 홍콩에서는 전자화폐의 성격을 예금과 유사한 상품 또는 소지인식 선불 지급결제수단으로 간주하고 발행기관도 은행으로 제한하면서 중앙은행과 감독당국의 규제와 감독을 받도록 하고 있는 반면에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과 같은 대부분의 나라들의 경우는 전자화폐가 아직 개발단계에 있어 전자화폐의 법적 성격이나 발행기관 또는 감독규제의 범위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은 전자화폐가 도입단계로서 널리 보급 확산되어 있지는 않지만 전자화폐관련법률인 전자금융거래법이 이번 가을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이고 또한 도로공사의 전국고속도로 통행료 징수용 스마트카드 프로젝트, 서울시의 지하철, 버스, 택시 교통카드용 전자화폐시스템, 우체국의 전자화폐 도입프로젝트 등 굵직한 사업들이 모두 금년 말 이나 내년 중에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어서 그 동안 부진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던 전자화폐시장이 새로운 활기를 찾고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증수표, 현금거래여 안녕

전자화폐는 기능면에서 화폐의 주요기능인 유통성, 범용성 및 양도가능성 등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지급결제의 신속성, 원격지 송금불편해소, 잔돈수수의 불편 제거 등 여러 면에서 현재의 화폐가 지닌 단점을 보완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앞으로 더욱 발전하면 개인간 자금이체는 물론 현금처럼 결제종료성과 익명성을 지니는 보다 완전한 화폐성(moneyness)을 지니는 전자화폐의 출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전자화폐는 생산 및 거래비용이 기존 화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데다 네트워크 상에서 지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디지털 시대, 디지털 경제의 보편적인 지급결제수단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혹자는 전자화폐가 산업혁명에 버금갈 화폐혁명으로 21세기 인류문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전자화폐가 보급되고 있는데, 대표적 한국형 전자화폐인 K-Cash를 비롯해서 부산 및 경남지역에서 널리 쓰이는 마이비 전자화폐, 대전지역의 A-Cash, 마스터카드사의 몬덱스, 비자카드사의 V-Cash 등 IC카드형 전자화폐 외에, e코인, 엔 캐쉬, 사이버패스 등 정보통신업체들이 발행하는 네트워크형 전자화폐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자화폐의 기능에 유사한 자기앞수표가 널리 사용되고 있고 아울러 가계소비지출의 약 80%(건수 기준)가 현금거래이고 이중 약 60%가 20만원 미만의 거래인 점을 감안해 볼 때 향후 전자화폐의 보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산업경영대학원·신용카드학과·
지급결제제도론전공>
탁승호  <지급결제제도론전공>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