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받은 블랙과 숄즈도 투자엔 실패

블랙과 숄즈가 완성한 옵션가격결정 모형은 겉으로 보기에 복잡하다. 특히 수학과 거리를 둔 사람의 경우 머리가 어지럽다. 그들은 주가의 움직임이 기본적으로 입자가 액체 속에서 움직이는 브라운운동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완전히 무질서 한 것은 아니고 일정한 특성을 가지고 움직이며, 평균과 흩어지는 정도가 규칙적이라고 가정하였다. 이러한 가정하에 몇 가지 옵션가격의 제약 조건을 감안하였다. 콜옵션은 일정한 가격(행사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이므로 주가가 행사가격보다 높아야만 가치가 있다. 만일 주가가 행사가격보다 낮으면 그러한 권리는 가치가 없다. 현재 주가가 5만원인데 이것을 6만원에 살 수 있는 권리가 아무러 가치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콜옵션의 가치는 아무리 높아도 주식가격보다 클 수 없다. 5만원하는 주식을 살 권리를 6만원에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차라리 5만원 내고 주식을 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풋옵션도 마찬가지다. 풋옵션은 행사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이므로 행사가격보다 비싸서는 곤란하다. 주식을 5만원에 팔 수 있는 권리가 6만원인 경우이니 당연히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옵션가격의 하한선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콜옵션 가격의 경우 현재 주가에서 행사가격의 현재가치를 뺀 것보다 커야 한다. 현재 주가가 5만원이고 행사가격이 6만원이면 콜옵션 가격은 0이다. 만일 연이자가 5%이고 만기일까지 한달 남은 옵션이 행사가격이 4만원이면 5만원-4만원/(1+5%/12)=10,166원이 콜옵션 가격의 하한선이다. 만일 콜옵션 가격이 그보다 싸서 1만원이면 어떻게 될까?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 관심이 없을지 모르지만 옵션을 아는 사람에게 돈 벌 기회가 눈에 보인다. 콜옵션을 1만원에 사고 수단껏 주식을 빌려서 현재의 가격인 5만원에 팔면 된다. 그러면 1만원 나가고 5만원이 들어 왔으니까 4만원이 남는다. 이것을 연이자 5%에 빌려주면 한 달 후 4만원×(1+5%/12)=40,167원이 된다. 이 때 주가가 4만원이상이면 콜옵션을 행사하여 4만원 주고 주식을 산다. 그리고 원래 빌려준 사람에게 돌려주면 된다. 그러면 40,167원-4만원=167원이 남는다. 주가가 4만원 밑으로 내려가면 어떤가? 수중에 40,167원이 있으니까 주식을 직접 사서 돌려주면 된다. 그러면 40,167원-주식가격에 해당하는 이익을 보게된다. 이러한 논리로 풋옵션 가격의 하한선도 구할 수 있다. 풋옵션 가격은 행사가격의 현재가치에서 현재 주가를 뺀 것보다 커야 한다. 이러한 풋옵션 가격이 깨지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발생한다. 당연히 행사가격이 4만원이고 현재의 주가가 5만원이면 풋옵션 가격은 0이다. 가격을 마이너스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콜옵션과 풋옵션의 관계도 생각했다. 연이자가 5%, 행사가격이 4만원이고 주가가 5만원일 때 콜옵션 가격+4만원/(1+5%)=풋옵션 가격+5만원의 관계가 성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돈을 벌 기회가 생긴다. 이러한 관계를 풋-콜 패리티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옵션 가격의 상한선과 하한선, 그리고 콜옵션과 풋옵션의 관계를 말할 때 항상 염두에 든 것은 "그렇지 않으면 돈 벌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즉, 옵션가격의 관계가 일시적으로 깨질 때 누군가는 그것을 간파하고 거래를 하게 된다. 콜옵션이 이론가보다 싸면 수요가 증가하므로 가격이 오르게 된다. 그리고 어느 가격에 도달하면 어느 누구도 연이자보다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없게 되는데 바로 그 가격이 블랙과 숄즈가 생각한 옵션의 이론가격이다.
그런데 블랙과 숄즈외에도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블랙과 숄즈의 모델이 발표된 1973년에 하버드대학의 교수인 로버트 머튼도 같은 생각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막상 1997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사람은 숄즈와 머튼 교수이다. 블랙은 1995년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숄즈와 머튼은 학문적인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LTCM이라는 거대한 헤지펀드의 운영에도 참여하였다. 그러나 1,200억 달러에 달하는 LTCM의 투자가 실패하여 미국 정부가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구제금융을 준 사실은 너무도 유명하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 차장·87 법학 졸>
최욱  choica@k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