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옥탑방에서 동거를...?

최근 종영된 MBC-TV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가 몰고 온 동거 열풍은 신세대 사이에서 많은 화제가 되었다.
현재 방영중인 SBS의 일일드라마 ‘연인’에서도 옛 애인과의 동거, 혼전 임신 등 이 시대 젊은 여성들의 연애 관과 결혼관을 중심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유교사상을 중시하는 우리 나라에서 동거에 대한 대다수 보수적인 성향이 ‘가능 할 수도 있겠다’로 발전한 것이다. 이에 TV드라마의 소재로 이용하거나, 장·단점을 토론할 정도에 이르렀다.
인터넷 동거 사이트는 회원수가 4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유행하고 있다.

동거가 이미 오래 전부터 행해져 왔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그 수가 증가하면서 서서히 합법화 되어가고 있다. 지난 7월, 결혼을 전제로 한 남·녀가 동거를 했지만 헤어진 경우, 동거 파탄 책임자가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이를 뒷받침 해준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프랑스에서는 동거중인 부부의 경우에도 결혼한 법적 부부와 같은 권리와 의무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세금 감면과 사회보장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직장에서도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도록 가족법을 개정 한 것. 혼전 동거에 대한 세계의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결혼과 가정에 대한 형식은 독신 남녀가 만나 결혼식을 올리고 법적으로 인정하는 가정을 꾸려 여생을 함께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매일 헤어지는 것이 싫은 연인들이 단순한 감정에만 치우쳐 결혼한다는 것에서 벗어나 동거의 시간을 통해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하고 신중한 결혼을 생각하는 등 합리적인 모습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달라진 결혼관과 개방화 된 시각이 혼전 동거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가고 있으며 기성세대의 관념을 깨뜨리고 있는 것이다.
결혼을 전제로 실제로 동거를 하고 있는 이동준(28)씨는 “연애 기간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면들을 함께 생활하면서 많이 알게 된 것 같다”며, “성과 동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완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동거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청주대 학생생활연구소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74%가 대학 재학 중 동거경험이 있거나 실제 동거중이라고 했다. 또 응답자의 60%는 “사정에 따라 동거할 수 있다”고 답해 동거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회가 개방되었다고 해도 혼전 동거의 부정적인 시각은 피할 수 없다. 동거를 주제로 한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으로 판단력이 흐린 청소년들이 동거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또한, 결혼 생활을 통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감싸며 믿음으로 살아가는 것과 달리 동거 생활에서는 믿음을 지니기가 힘들고, 동거를 통해 결혼 상대자에 대해 판단하는 기회를 갖는다면 결혼의 신성함이 퇴색될 수 있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혼전동거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과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연애 기간의 합리적인 생활, 그리고 현명한 결혼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결혼의 리허설로 간주하는 인식이 점점 확대되어 가고 있다.
무조건 금기시 하지 않고, 신중한 판단아래 행동하며,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책임지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 잡힌다면 동거도 성숙한 문화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어우주 기자>  universe@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