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욱의 현장경제
⑬ 새로운 형태의 금융상품(1)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종종 언론에 보도되는 금융상품 중에서 주가지수연동예금(ELS) 또는 주가지수연동증권(ELD)이라는 것을 보고 의아해한 적이 있을 것이다. 주가지수연동예금에 대해서는 근처에 있는 아무 은행에 가도 간단한 팜플렛을 구해볼 수 있다. 이러한 금융상품의 주된 내용은 주가지수가 올라도 수익을 주고, 설혹 주가지수가 내리더라도 원금은 거의 보장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기로 하자. 올해 초에 모 증권회사가 발행한 주가지수연동증권은 발행 당시에 주가지수가 79.29포인트일 때를 기준으로 한다. 여기서 만일 주식시장의 활황이 이어져서 주가지수가 상승하면 상승률이 50% 미만일 때까지는 상승률의 98.86%에 해당하는 수익률을 투자자에게 제공한다. 즉 당시에 79.29포인트인 주가지수가 111포인트가 되면 상승률이 40%가되고, 투자자에게는 40%×98.86%=39.54%에 해당하는 수익률을 지급한다. 여기까지는 여타의 다른 투자신탁과 비슷하다. 주가가 오르면 이익이 나게 마련이고 수수료를 조금 떼고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주가가 내리면 지금까지 알려진 다른 금융상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만일 북핵 위기가 수개월간 고조되어 79.20포인트이던 주가지수가 40%나 하락하고, 그때의 주가지수가 47.57포인트가 되면 투자자가 당연히 손해를 보겠지만, 투자자의 손실은 최대 5%에 불과하다. 만일 투자자가 직접 주식에 100만원을 투자했더라면 60만원이 되었을 뻔한 원금이 95만원까지는 보장되는 셈이다. 올라갈 때는 올라간 것의 98% 정도를 먹고, 내려가면 아무리 내려가더라도 손실은 5%에 불과하다. 투자의 세계에서 이러한 수익구조는 일종의 마법이다. 수익률은 위험의 다른 측면이라는 것이 현재까지의 정설이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결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명제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러한 수익구조를 가지는 증권, 예금 또는 투자신탁이 가능한 것일까? 불과 10여년전 정부가 투자신탁회사에게 원금보장형 투자신탁의 판매를 허용한 적이 있었다. 당시 부진했던 주식투자 수요을 확대하고 나아가서는 증권시장을 부양할 목적이 원금보장형 투자신탁을 허용했던 배경 중 하나였다. 그러나 당시에 우리 나라에서는 원금을 보장하는 형태의 펀드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도 없었고, 선물ㆍ옵션시장도 없었다. 이 때문에 당시의 원금보장형 펀드는 많은 비난을 받았고, 꼭 이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당시 원금보장형 투자신탁을 판매했던 대형 투자신탁회사들은 부실화되어 10조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투자신탁회사의 회생이 어렵게 되자 요사이 또다시 공적자금 지원에 대해 보도가 나오는 실정이다. 말하자면 투자를 해서 원금을 완벽하게 보장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아야 한다. 그러나 선물ㆍ옵션의 등장으로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이론으로나 실제로나 원금 보장이 완벽하게 가능하게 된 것이다.
사실 투자 원금의 완벽한 보장이라는 것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좀 이상한 것을 찾을 수 있다. 앞에서 말한 79.29포인트를 기준으로 하는 주가지수연동증권의 경우를 좀 자세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일단 이 증권을 처음 산 사람은 1년 동안 투자금을 되찾을 수 없다. 만일 1년 전에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상당한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다만, 이 증권이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기간 중에 팔아치울 수도 있지만 거래가 많지 안고 이익을 보기도 쉽지 않다. 거래에는 상대방이 있고 이론가격도 있어서 주가지수가 40%이상 상승했을 때 팔더라도 이에 해당하는 이익을 볼 수 없다. 또 하나 더 생각해야할 것은 주가가 예상보다 많이 상승한 경우 벌어지는 일이다. 상승률이 49.99%까지 일 때는 올라간 것의 98%를 주지만 50%이상 올라가면 수익률은 갑자기 떨어져서 14%로 확정된다. 다시 말하면 1년 동안 어느 시점이고 한번이라도 50%의 수익률이 나타나면 14%만 준다는 것이다. 언젠가 얘기했듯이 완전한 공짜 점심은 없고, 조금이라도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 차장·87 법학 졸>
<최욱>  choica@k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