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승호 교수의 미래는 신용사회

향후 전자화폐시대가 도래하면 우리 경제 및 사회 전반에 걸쳐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지갑 무엇에 쓰려고

우선 개인 소비생활에 미치는 변화를 생각해 보자. 현금 및 수표나 신용카드 거래에 따른 시간과 비용의 절감은 물론 원격지송금이 가능하다는 편리점이 있다. 전자화폐만 있으면 모든 결제가 ''''OK''''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동전이나 지폐, 그리고 서너개의 신용카드가 담긴 두툼한 지갑을 갖고 다닐 필요가 없다. 더구나 온·오프라인 겸용 전자화폐일 경우 오프라인 상점은 물론이고 사이버공간인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온라인 결제가 가능해 편리할 것이다. 더구나 최근 신문에 보도된 것처럼 휴대폰안에 전자화폐·신용카드·교통카드·멤버쉽카드 등 다양한 기능의 IC카드를 탑재할 경우 온라인와 오프라인 어디에서나 휴대폰으로 결제할 수 있어 전자결제가 촉진될 것이며, 적외선 방식의 경우 그 자리에서 결제가 이뤄지게 되어 더욱 편리할 것이다.


원스톱 쇼핑시대도래

둘째로 미래의 상거래활동은 어떠한 모습으로 변화할 것인가? 전자화폐는 거래가 전자결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판매자로서는 현찰관리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수표나 신용카드거래에 수반되는 결제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현재 전자상거래의 대금결제에는 신용카드가 주로 이용되고 있는데 앞으로 전자화폐를 이용한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될 경우 상품주문에서부터 대금결제까지 모든 것이 네트워크상에서 즉시 이루어지는 원스톱 쇼핑의 시대가 열리게 되어 상거래의 효율성과 편리성이 크게 증진될 것이다. 왜냐하면 전자화폐는 신용카드와 달리 카드회사조회를 거치지 않고 즉시(real time) 결제되어 거래 및 결제과정이 훨씬 단축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전자화폐는 국제 B2B 거래(전자무역, 사이버무역)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각국은 국제 B2B 거래에 급중에 따라 사이버상의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결제방식을 위한 다각적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데 기존의 신용장, 추심, 송금등의 결제방식을 전자화하거나 전자화폐(전자수표, 전자신용카드)와 전자자금이체(Electronic Fund Transfer)를 결제네트워크로 개발하는 방안이 적극 논의되고 있다. 또한 전자화폐의 발전은 상품의 가격책정이나 매매방법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까지는 거스럼돈 수수의 불편 때문에 ''''50원'''' 또는 ''''100원''''단위로 가격이 책정되는 경향이 있어 왔으나, 디지털화폐의 세계에서는 1원이나 5원 등 원단위로 가격책정이 가능하므로 이른바 ''''마이크로 페이먼트 비즈니스(micro payment business)''''의 등장도 가능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온라인상점에서 디지털컨텐츠의 거래시 고객이 원하는 CD판의 특정곡, 단행본의 특정 페이지만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위변조범 밥 굶는다

셋째로 전자화폐는 현금, 수표 및 신용카드보다 위변조나 도용이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전자화폐의 이용은 금융기관이나 신용카드사들이 이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제반문제들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화폐나 수표는 제조비용, 금고관리비용, 현송비용, 보관비용 및 폐기비용 등 엄청난 규모의 물적, 인적비용이 소요되고 특히 현금대용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자기앞수표의 경우 그에 수반된 여러 가지 문제점과 사회적 비용이 오래 전부터 지적되고 있는데 전자화폐는 이 같은 제반 경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데 큰 몫을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전자화폐가 보편화되면 현금과 수표가 사라지고, 따라서 이를 보관해야하는 금고경비나 현송차 호송을 위한 무장경찰도 사라질 테니 말이다.


중앙은행의 역할 변화

넷째로 전자화폐의 발달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 연준을 중심으로 하는 일부에서는 전자화폐 발행이 통화정책 수행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Benjamin Friedman과 영란은행 등에서는 전자화폐발행이 통화정책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주장하고 있는데 어느 주장이 옳은지 현재로서는 속단하기 어려우나 전자화폐의 발전이 통화정책의 무력화로까지 연결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통화승수나 유통속도 등에 변화를 초래하여 통화정책 수행에 애로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더구나 국제 간 전자상거래가 본격화되어 전자화폐가 자유로이 국경을 넘나들어 국가 간 자금이동의 파악이 곤란해질 경우 외환관리 및 통화관리의 어려움이 가중되어 통화정책 당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전자화폐와 세계통화

마지막으로 전자화폐시대가 도래하면 전 세계의 통화는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 초기에는 각 국의 화폐단위 그대로 통용되고 각 국의 시장환율에 따라 서로 교환될 것이다. 그러나 점차 사람들은 가상공간에서의 원활한 전자상거래를 위해 디지털 화폐 자체가 일정한 가치를 지니기를 바라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몬덱스형 전자화폐처럼 개인간 이체가 자유롭고 해외송금이 가능한 시스템을 원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전자화폐는 자연스레 전 세계의 지배적인 화폐시스템으로 발전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세계의 단일화폐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화폐와의 구분이 필요 없게 되고 국가마다 화폐가치가 달라 환율을 따져야 하는 불편도 사라질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단일 세계통화는 국가 간 경제력 격차의 해소,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 등이 이루어지고 범세계적인 정보 인프라가 구축되었을 때 가능할 것이다.
아마 50년쯤 지나면 우리는 가상공간에서 세계를 무대로 전자상거래를 하고 디지털 세계화폐로 즉각 결제를 하는 데 아주 익숙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화폐의 역사가 말해 주듯이 오늘날의 지폐는 과거의 금화나 은화처럼 박물관에나 가야 구경할 수 있는 희귀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산업경영대학원·신용카드학과·지급결제제도론전공>
<탁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