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빅스(Simon Biggs: 1957- )의 <흐름(Stream)>(interactive installation and webwork. 2003)

이원곤의 美평新평

사이먼 빅스는 호주출생이며, 1986년 이후 영국으로 이주했고, 현재 쉬필드 핼럼대학의 연구교수이면서 캠브리지 대학의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컴퓨터과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전자 미디어에 비교적 쉽게 친숙해질 수 있었던 그는 21살(1978)때의 첫 개인전이후 일찍부터 미디어 아티스트로 인정받았고, 비디오아트, 애니메이션, 디지털 미학에 관한 수많은 저술과 작품을 남겼다.
이 작품 <흐름>은 올해 제작된 것이다. 높이 약 6미터쯤 되는 두 개의 스크린이 직각으로 만나고 있고, 여기에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는 도구''''''''라고 할 텍스트가 밝은 수직선들과 겹쳐지면서 좌우로 움직인다. 관객이 이 공간을 돌아다니면, 시스템에 내장된 센서가 그들의 위치를 추적하고, 이에 따라 (관객이) 운동시차를 통하여 입체감(parallax 3D view)을 느낄 수 있도록 ''''''''흐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움직임은 모든 관객의 움직임에 대응되며, 포커스와 투명도의 조정에 의해 모든 관객은 텍스트들이 3차원 공간 안에서 자신이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대상이라고 믿게 되고, 다른 관객의 시각에서 보는 영상도 동시에 보게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흐름''''''''은 또한 다른 모든 흐름들을 지각하는 ''''''''의식의 흐름''''''''이기도 하다. 그에게 있어 심리학이 또 하나의 전공분야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처럼 감각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까닭을 가늠할 수 있겠다.
인터넷버전에서는 이용자의 모니터에 커서가 어디에 놓여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http://www.littlepig.org.uk). 따라서 화면 중 한 곳을 클릭하면 작품이 작동(?)하기 시작하고, 마우스의 움직임은 관객이 스크린 앞을 이동하는 것과 같은 행동으로 입력되는 것이다.
거대한 벽 위에 흐르고 교차하며, 나타나고 사라지는 텍스트의 행렬은, 물 흐르듯 쉬지 않고 정보가 입력되고 다운로딩되는 인터넷과 같은 정보공간을 암시하기도 하고, 물질과 생명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자연/우주, 나아가서는 우리들의 의식세계에 대한 메타포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네트로 연결된 ''''''''정보우주''''''''의 축도라고 할 만하고, 매우 동양적인 우주관의 표현이 아닌가 싶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일반적으로 컴퓨터 디지털 예술가들의 작업내용은 분명치 않고, 너무나 편의성만을 강조한 기술적인 활용과 접근방식에만 안주하고 있으며, 예술의 진정한 기능을 잘 발휘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이 작품은 이 시대의 젊은 작가들에게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오락적이고 기술적인 부분은 전혀 볼 수 없을 만큼 장엄하다. 작가는 예술적 소재로서의 텍스트의 가능성을 멀티미디어와 인터넷의 영역에 확장시키려 한다. 또 이 작가에게는 자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뚜렷한 예술적인 주관이 있으며, 그의 작업은 진지하고 솔직하다. 그를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런 면 때문이다.
<이원곤>  <예술대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