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손과 발’이 된 영어. 대학생들 사이에 취업을 위한 필수코스가 되어버린 어학연수 열풍은 우리 나라의 경제난, 취업난 속에서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 2월 한국무역협회에서 발표한‘해외 유학·연수 경비 분석’에 따르면, 2002년에만 34만 3천여 명이 해외로 떠났다. 2000년 25만 4천여 명, 2001년 30만 명 등 지난 3년간 유학·연수생 연평균 증가율은 19.8%. 이들이 해외에서 쓴 경비는 무려 45억 달러로, 이는 지난해 무역 흑자 액인 108억 달러의 42.4%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러한 추세에서 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 없는 유학 박람회는 이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지난 6, 7일 양일간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3 제 17회 유학박람회’에 3만여 명의 유학 및 어학연수 희망자들이 몰렸고, 박람회 이전 접수를 받은 희망 대기 등록만 9천명을 넘었다고 한다.
대학 내에서도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위한 소모임이 속속 생기고 있으며, 서울대 온라인 동아리인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에서는 지난해 ‘Insider''''s Guide &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는 유학 정보서도 펴냈다. 또한, 이화여대에서는 늘어나는 어학연수생을 위해 학생회관 내에 학생상담센터를 운영하여, 학생들의 개인상담, 성적상담을 비롯해 어학연수·유학안내도 함께 하고 있다.
국내 유학원인 ‘유학 닷 컴’의 어학연수 프로그램 중에서 방학을 이용한 미국 대학 부설 4주 어학연수 프로그램의 경우, 2천 달러의 비용에도 불구하고 학기마다 조기에 마감될 정도로 단기 연수생도 증가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유학 닷 컴'''' 관계자는 한달 기간의 해외 배낭여행에 2-3백만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보면, 배낭여행 보다는 조금 비용이 들더라도 외국어 구사 능력에 도움이 되는 단기 연수를 택하는 학생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결과라고 밝혔다. 이는 해외 연수를 다녀온 학생들의 대부분이‘어학 능력이 취업에 도움이 되고, 이를 위해서 국내에서 수학하기보다는 가능하면 해외로 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어 잘한다’는 것이 특기가 아니라 기본적인 소양이 된 지금 토익, 토플 등 공인 영어 성적은 기업의 채용 자격에 필수 요건이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해외로 향하는 학생들을 잡는 것은 점점 무의미해 지고 있다.
하지만, ‘너도나도 가니까 나도 가야한다’,‘무작정 가면 된다’는 생각만 하고, 해외 연수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지난 해 휴학을 하고, 미국으로 6개월간 어학연수를 다녀 온 이주현(중앙대 수학통계·4)양은 “홍보 자료와 실제 프로그램이 너무 달랐다”며, “무작정 해외로 나가는 것 보다 자신에 맞는 학습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종 어학연수 관련 게시판에서는 ‘언어 능력 향상은 집중력 있는 학습이 중요하기 때문에 휴학을 하고 다녀와야 하는 장기 어학연수 보다는 4-8주 동안의 단기 어학 학습법을 여러 번 가지는 것이 비용 면에서나 학습 면에서 훨씬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많다. 영어권 국가인 캐나다의 연방 이민국 발표에 따르면, 우리 나라가 국가별 유학생 분포에서 3년 연속 1위를 할 정도로 많은 대학생들의 발길이 해외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연수 기간을 알차게 보낼 준비와 배움의 시간을 소중히 활용하려는 마음가짐이 없이 떠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을까.
우리 사회는 글로벌 인재를 필요로 한다. 대학생들은 단순 어학연수가 아닌 종합적인 이(異)문화 체험을 통해 글로벌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작정 해외로 떠나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학습 방법을 찾아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만의 방법을 적용시키는 것이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어우주 기자>  universe@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