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휴자담론}에는 밤나무 천 그루를 심어 그 이득을 취하고자 한 정(鄭)나라의 한 대부(大夫) 이야기가 나온다. 벼슬이 높고 녹봉도 많으며 집안 재물이 풍성한 그가 밤나무까지 심어 거기에서 나오는 이득을 취하려 하자 그의 동료가 그를 비난하는 이야기이다. 정나라의 대부는 왜 비난을 받아야 했을까? 지난날 공의휴(公儀休)는 베를 짜던 며느리를 내쫓고 채마밭을 뽑아 버렸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백성과 더불어 이익을 다투고자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제후가 닭이나 돼지를 기르지 아니하고, 귀족이 소나 양을 기르지 아니하며, 녹을 먹고사는 관리들이 채소를 재배하지 아니하였던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우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성현의 {부휴자담론}에 수록된 것인데, 거문고를 소경처럼 잘 연주하려고 하는 주대부(朱大夫)의 이야기를 통해 나 혼자 모든 것을 독식하고자 함을 꼬집고 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방식을 생각하게 한다.

주대부(朱大夫)는 동문(東門)에 사는 소경의 거문고 연주를 듣고 그 멋진 소리에 매료되어 말했다.
"이것이 어찌 장부가 할 일이 아니겠는가?"
마침내 그는 거문고 악보를 펼쳐놓고 공부를 시작하였다. 거문고 공부에 심취한 그는 밤이 되어도 잠을 잊고 밥을 먹으면서도 그 맛을 잊었으며, 길을 가면서도 길을 잃고 앉아있으면서도 그가 하는 일을 잊어버렸다. 이렇게 공부하기를 3년, 잠시도 쉼이 없었으나 그의 거문고 연주는 음률이나 완급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아무리 공부를 하여도 뜻대로 되지 않자 화가 난 주대부는 거문고를 땅에 내던지며 말했다.
"이것이 어찌 장부가 할 일이겠는가?"
그 뒤 주대부는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을 보면 반드시 연주를 그치게 하고, 그치지 않으면 발끈 화를 내면서 종종걸음으로 뛰쳐나가니, 사람들이 모두 그를 비웃었다.
어떤 사람이 부휴자에게 물었다.

"주대부의 현명함은 이 나라에 대적할 자가 없고, 그 재주 또한 정밀하지 않음이 없는데, 이상하지 않소? 저 어리석은 10살 난 계집애도 손가락을 놀려 현을 연주하면 청탁(淸濁)과 절주(節奏)를 잃지 않는데, 도리어 그 훌륭한 재주를 지닌 대부는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니,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왜 그런가요?"
부휴자가 말하였다.
"사람의 성품에는 능한 것이 있고 능하지 못한 것이 있소이다. 능한 것을 못하게 할 수도 없고, 또 능하지 못한 것을 잘하게 할 수도 없는 법이지요. 백정 탄(坦)은 하루아침에 능히 소 12마리를 잡을 수 있지만, 그로 하여금 제기(祭器)를 다루게 한다면 제사를 주관하는 시축(尸祝)만 못할 것이오. 또 검은 소가 비록 크기는 대단히 크지만, 쥐를 잡는 데는 살쾡이만 못할 것입니다. 공자님 또한 ''''나도 늙은 농사꾼만 못한 것이 있다.''''는 말을 하였소이다. 하기야 재물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그 재물을 빼앗아 가질 수 있게 한다면 힘있는 자들이 부자가 될 것이고, 기예를 가진 사람에게서 그 기예를 빼앗아 가질 수 있게 한다면 권세를 가진 자들이 기예를 가지게 될 것이외다. 부와 기예가 빼앗을 수 있는 것이라면 가난하고 비천한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서 있을 데가 없을 것입니다. 때문에 하늘이 사물에게 품부할 때 이빨이 있는 것에게는 그 뿔을 빼앗았고, 날개를 준 것에게는 다리를 두 개만 준 것이니, 이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남의 윗자리에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유능함을 시기하지 말고 자신의 무능함을 걱정해야 할 것이며, 다른 사람의 풍족함을 시기하지 말고 나의 부족함을 걱정해야 할 것입니다. 온갖 기예를 다 거두어들여 자기 것으로 삼는다 한들 그것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윤승준>  (동양학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