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청소년기 대부분을 시험에 얽매여 보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학창시절에 치르는 중간·기말고사, 수능시험, 그리고 취직시험과 각종 자격시험 등 그 종류도 여러 가지이다. 마치 시험이 우리 인생에서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런데 시험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은 지긋지긋함일 것이다. 필자 역시 시절을 잘못(?)만나 입학시험을 치르고 중·고등학교에 진학을 했고, 진학해서는 왜 그리 시험이 많았던지…그 여파로 박사학위취득 때까지 시험이란 말만 들으면 머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 아마 시험이란 말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약 있다면 그 사람은 이상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시험 때마다 속출하는 부정행위자들 때문에 문제이다. 이들은 국가에서 실시하는 각종 시험에서도 부정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는 집단적으로 부정행위를 하다가 적발되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다. 그 예로 올 2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사법연수원출신 예비변호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윤리시험(open book 방식의 논술문제)에서,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0여명이 한사람의 답안을 베껴 답안지를 제출했다가 적발된 집단부정행위사건을 들 수 있다. 이제는 예비법조인까지도 이런 판국이니 참으로 문제가 심각하다. 어디 이뿐인가? 소위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도 시험부정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인 것을…
금년 9월 26일자 모일간지에서 ‘커닝에 캠퍼스 홍역’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내용 가운데 어느 지방대의 경우 시험부정행위(커닝 또는 컨닝은 일본어투의 잔재로 원어의 뜻과는 다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0~80%의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수법도 대단히 지능적이고 교묘해져 페이퍼와 같은 고전적인 수법은 한물갔고, 최근에는 휴대전화·PDA 등을 동원한 최첨단수법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이처럼 부정행위수법이 날로 교묘해지자, 학생들을 통해 미리 유행수법을 파악한 뒤 시험감독 때 대처하는 교수들도 있다니 한마디로 비극적인 현실이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프기만 하다.
이러한 시험부정행위의 만연은 선조 때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승정원에서 계를 올리기를 ‘과거보려는 자가 이름을 기록할 때에 적격자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것은 전적으로 홍문관·예문관·성균관·춘추관의 책임입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전혀 살피지를 않아 서얼과 천민, 대필자가 마음대로 들어와 그 수효가 매우 많았다고 하니, 근래 과거시험의 혼탁함이 극에 달했습니다. 모든 것을 듣고 본 사람들 중에 놀라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하였다.…전교하시기를 ‘과거시험장에서 소란을 일으킨 유생들은 영원히 과거시험 볼 자격을 주지 말고 종신토록 사람의 무리로 치지 못하도록 하여 그 못된 버릇과 병폐를 반드시 없애도록 하라’ 하셨다.…주상께서 말씀하시기를 ‘유생들이 혹 경전에다 먹칠도 하고 칼로 잘라내기도 한다니 그래서야 되겠소’ 하셨다. 내가 아뢰기를 ‘이는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대개 유생들이 회강한 것을 읽으면서 외우기가 극히 어려워 이런 부정한 짓을 간혹 저지르는 모양입니다’ 라고 말씀 드렸다.”
과거시험 관련 관청 및 이를 주관하는 해당 관청의 태만과 과거시험장의 혼탁함, 그리고 과거시험응시자와 성균관 유생들의 부정행위가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르렀음을 엿볼 수 있다. 유희춘 또한 이러한 부정행위에 대하여 비판적이었다. 실제로 조선시대에는 이 같은 일들이 비일비재하였고, 심각한 사회문제의 하나였다. 특히 조선후기에는 권문세가의 자식들 가운데 대리시험으로 과거에 급제하거나, 미리 시험문제를 알아내어 다른 사람이 작성해준 답안을 그대로 베껴 과거에 급제한 사람도 허다하였다. 이처럼 과거제도가 문란해지자 권력이나 배경이 없는 양반들은 과거시험을 아예 포기하기 일쑤였다.
예나 지금이나 이러한 시험부정행위가 만연한 사회는 결코 발전이 있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부정부패 사회로 가는 지름길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요새 대부분의 대학이 중간고사 기간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열심히 시험공부를 한 학생들과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공부를 못한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만약 공부를 안했다면 안한대로 시험을 치렀으면 한다. 시험공부를 안했다고 부정행위를 준비한다면 그 학생은 학생으로서 자격이 없다. 그리고 상아탑에서 진리와 정의를 부르짖는 대학생들이 시험부정행위에 대해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율배반적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으로서 수치요, 양심과 가치관을 저버린 것이다.
이제 우리가 흔히 말하던 컨닝은 하지도 말하지도 쓰지도 말자. 학생들이여! 지성인으로서 정정당당하게 시험에 응하기를…
<송재용>  (동양학연구소 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