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경제여건이 안 좋아지면서 우리 사회에는 직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직장을 잃어 고통을 겪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특히 불안정한 고용 실태와 청년 실업의 문제는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어려운 현실을 뚫고 나아가야 하는 이들의 마음에 작은 위안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성현의 「부휴자담론」에 실려 있는 우언 한 토막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 번 실패하였다고 하여 쉽게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말고, 또 빠른 시일 안에 성공하려고 조급하게 굴지 말고, 묵묵히 실력을 쌓고 때를 기다리면 반드시 자신의 역량을 떨쳐 보일 때가 온다는 낙관적 전망을 담은 이야기이다. 설령 이것이 어리석은 생각이라 하더라도, 부정적 사고보다는 긍정적 사고가 오늘의 삶과 내일의 운명을 보다 활기차고 밝게 해 주리라 믿어본다.

맹상군(孟嘗君)이 빈객(賓客)을 좋아하니 사방의 호걸준재(豪傑俊才)들이 날마다 그의 집으로 모여들었다. 맹상군은 그들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필부들과 뒤섞여 지냄을 근심하여, 활 잘 쏘는 사람 200명, 말 잘 모는 사람 200명, 변론을 잘 하는 사람 200명, 도적을 잘 가려내는 사람 200명, 재물을 잘 불리는 사람 200명 등 쓸 만한 인재 1,000명을 가려 뽑았다. 불행히도 그 안에 들지 못한 전생(田生)은 아침저녁으로 길거리에 나와 슬피 탄식하였다. 앉은뱅이 문지기가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뉘시오? 도대체 무슨 원통한 일이 있길래 그렇게 한이 맺혔소?”
전생이 대답하였다.
“나는 문수(汶水) 북쪽에 사는 유생(儒生)이라오. 내가 이렇게 슬퍼하는 것은 맹상군이 1,000명의 재사(才士)를 가려 뽑는 데 끼이지 못했기 때문이오.”
“그대에게 무슨 쓸만한 재주가 있소?”
“나는 「춘추좌전」에 밝으니, 공자의 가르침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얻었다고 할 수 있소.”
“그렇습니까? 그것으로는 명(命)을 받아 응대하는 것은 잘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명을 받아 응대를 잘 하는 것을 재주라 할 수는 없지요.”
문지기의 말을 들은 전생은 물러나 태공(太公)의 병법(兵法)을 익혔다. 전생은 병서를 백 번 읽은 뒤 다시 앉은뱅이 문지기에게 나아가 자신이 찾아온 연유를 말했다. 앉은뱅이 문지기가 말했다.
“아직은 아니오. 무릇 갑자기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갑자기 물러나는 법이고, 스스로를 천거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후회하는 법이오. 사람의 우(遇)와 불우(不遇)는 때가 있는 법이지요. 꽃은 대개 봄에 피지만 국화는 꼭 가을에 피고, 과일은 대개 가을에 익지만 복숭아는 꼭 여름에 익지 않소? 초목도 이처럼 피어나는 때가 있거늘 하물며 사람이야 어떠하겠소? 그대가 기이한 재주를 품고서 굴하지 않는다면 분명 그것을 시험할 날이 있을 것이오.”
그 뒤 제(齊)나라가 한(韓)·위(魏)와 전쟁을 하게 되었는데, 전쟁은 해가 갈수록 치열해졌다. 마침내 궁사(弓師)는 힘이 다하고 마부(馬夫)는 고삐를 잡은 손이 풀렸으며, 말 잘 하는 사람은 입이 막히고 형벌에 밝은 자는 그 재주를 발휘할 수 없었으며, 재물을 잘 불리는 사람도 식량을 댈 수가 없게 되었다. 이 때 어떤 이가 맹상군에게 전생을 추천하였다. 전생과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어 본 맹상군은 크게 기뻐하며 그를 상장군(上將軍)에 추천하였다. 마침내 상장군이 된 전생은 한나라와 위나라를 평정하였고, 그 뒤로 이웃나라들은 감히 제나라를 넘보지 못하였다.
<윤승준>  (동양학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