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의 선물과 옵션시장의 특징 중 두드진 것은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다는 것과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의 참여 비율은 선물시장의 경우 지난 7월에는 58%, 8월에는 51%에 달했고, 옵션시장의 경우 7월과 8월에 각각 51%와 50%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주가지수선물ㆍ옵션시장의 개인 참여 비율이 20%가 넘지 않는 것을 비교하면 대단한 숫자다. 왜 우리 나라의 개인들은 선물ㆍ옵션시장에 열광적으로 참여할까? 맨 처음 글의 연재를 시작할 때 말했듯이 선물ㆍ옵션시장은 기본적으로 기관투자가를 위한 시장이다. 또 알려진 바에 의하면 선물ㆍ옵션시장에서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유독 우리 나라의 경우 개인 투자자의 참여 비중이 높은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시장에 참여하기가 용이하다. 외국의 경우 아무나 선물ㆍ옵션거래를 할 수 없다. 선물ㆍ옵션시장은 매우 위험한 곳으로서 내용을 충분히 알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변제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결코 계좌를 개설해 주지 않는다. 선진국의 경우 개인신용이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어 충분한 소득이 없는 사람은 신용카드를 만들기도 어렵고, 핸드폰을 장만하기도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선물ㆍ옵션시장이 우리 나라에 만들어지면서 외국의 제도를 그대로 따를 수는 없었다. 말하자면 우리의 실정에 맞게 변경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사전증거금제도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신용여부를 묻지 않고 미리 위험에 대비한 돈만 가져오면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두 번째는 홈트래이딩 시스템(HTS)을 들 수 있다. ADSL에 의한 초고속 인터넷망이 우리 나라처럼 잘 깔려진 나라도 드물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거기에 여러 증권회사가 경쟁적으로 홈트래이딩 시스템을 만들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선물ㆍ옵션시장에 대한 참여를 자극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누구라도 기본 예탁금만 있으면 증권회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인터넷으로 선물ㆍ옵션거래를 할 수 있다. 셋째로 주식시장의 상대적인 부진을 들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주식시장과 선물ㆍ옵션시장의 참여 비중은 상대적으로 대체적인 관계가 있다. 주식시장이 좋으면 주식시장으로 가고, 주식시장이 나쁘면 선물ㆍ옵션시장으로 가능 경향이 있다. 넷째로 들 수 있는 것은 선물ㆍ옵션의 높은 레버리지 효과이다. 레버리지는 지렛대라는 뜻으로 적은 돈으로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전문가의 견지에서 보면 일종의 환상이지만 그렇게 볼 수 있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는 것도 현실이다. 더구나 언론 보도나 인터넷 등을 통해 재야의 고수들이 수 백배를 먹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 동안 주식 투자에 실망한 많은 개인들에게 용기를 주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러나 몇 번 강조했듯이 주식 투자하듯이 선물ㆍ옵션에 투자하면 반드시 망하게 되어있다. 선물ㆍ옵션은 천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해서 억원이 될 확률보다는 깡통이 될 확률이 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른바 ‘데트‘라고 불리우는 데이 트레이더(day trader) 중에서도 일정하게 수익을 올리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자. 우리 나라의 시장은 완전 전산화된 시장으로서 개인 투자자들이 이용하는 홈트래이딩 시스템은 시장의 모든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다. 설혹 고성능의 시스템으로 대부분의 변화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더라도 PC를 보는 사람은 이것을 인식할 수 없다. 증권거래소에 있는 거래시스템은 백분의 일 초보다 작은 시간단위로 가격변화를 기록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사람은 절대 인식하지 못한다. 선물ㆍ옵션시장에는 개인 투자자 외에도 많은 다른 투자자들이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시장의 변화를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인식해서 반응하는 거래시스템을 이용하기도 한다. 많은 투자자들이 애용하는 기술적 분석 또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주식시장에서는 어느 기업을 잘 분석해서 향후 성장성과 수익성이 확인되면 돈을 벌 수 있다. 앞날을 예측하는 방향성 투자가 어느 정도 통한다. 만일 자신의 예측이 틀린 것 같으면 빨리 발을 빼서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일정한 손실이 발생하면 털고 나오는 손절매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선물ㆍ옵션에서는 한 순간에 모든 원금을 날릴 수 있다. 손절매를 하더라도 재빨리 하지 않으면 후회해도 소용없는 순간이 닥치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 차장·87 법학 졸>
<최욱>  choica@k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