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
훨씬더 참혹

“흙탕물에 눈물 닦고,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고 있소이다. 올해 농사는커녕 내년도 걱정이랑께. 복구작업을 한지 한 달이 다되어 가는데, 지금 남은 빚더미에 깔려 죽게 생겼어요.”
계속된 여름비로 인한 흉작에다 태풍피해까지 겹쳐 농민들의 울분과 분노는 아직까지 계속된다는 보도다.
지난 9월 태풍‘매미’가 휩쓸고 간 자리는 참혹했다. 제주도를 지나 경상남도 남단에 상륙해, 북동쪽으로 직진한 매미는 지나간 언저리를 죄다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시속 60km에 이른 강풍은 마산과 통영일대에 해일을 일으켜 항만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고, 부산에서는 1천t짜리 항만 크레인들을 엿가락처럼 구부려 놓았다.
평균 450mm 넘게 쏟아 부은 장대비는 낙동강을 바다로 만들어 영남일대 논밭을 물바다로 만들었고, 호남의 농경지까지 침수시켜, 시름에 잠긴 농민들을 다시 망연자실케 했다.
그 뿐이던가.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되고, 부산, 대구, 울산이 암흑천지가 되는가 하면, 도로와 철도가 잘리는 등 태풍 매미는 한반도의 남쪽 일대를 전쟁터와 다름없는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자연은 또 한번 위력을 과시했고, 자연은 무서웠다.
사망 130명, 재산피해 4조7천여 억원을 기록하며 추석 연휴를 집어삼켰던 태풍‘매미’가 할퀴고 간 지 한 달. 정부의‘특별재해지역’선포와, 전국 곳곳 국민들의 지원에 힘입어 피해지역에서의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그러나 많은 고통을 안겨준 수해현장은 여전히 상처투성이다. 정부의 지원도 미비한데다, 지역 곳곳에서 집단 민원이 터져 나오고, 심지어 목숨을 끊은 사람의 소식도 전해지는 현실이다. 고향이 지방인 우리대학 재학생들도 피해를 입었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못해요. 고향집이 통영해안에 바로 접해서 위치해있는데, 건물의 뼈대만 앙상하게 남고 형체만 알아볼 정도였습니다. 만조시간과 겹친 해일이 우리 집을 넘어, 몇 구역을 다 덮쳐 버렸죠. 단 2분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가족들은 겨우 피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즐거운 추석 연휴에 고향을 찾은 한기봉(법·2)군은 태풍‘매미’로 인해 6천5백 여 만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말한다.
“매미가 지나간 다음날 통영일대는 완전히 폐허를 연상케 했습니다. 통영 앞 바다에 정박한 배가 해일을 따라 육지로 올라와 있고, 사람들은 집이 없어서 모두 거리로 나와있었습니다. 어떻게 손쓸 방법도 없었죠. 당시 집을 잃은 노인들은, 정부에서 하루에 지급해주는 4천원으로 생활했습니다.”
사라호 태풍을 겪은 한 군의 아버지는 그때보다 훨씬 더 심했다고 전한다. 피해를 입은 다음날부터 피해조사를 하고 복구를 시작해서, 이제 겨우 자리를 잡은 것이다.
“태풍이 잠잠해지고 난 후, 쓰러진 나무를 세우고, 곳곳에 널린 쓰레기를 치우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지역 전체가 정전이 되어 복구작업이 훨씬 늦어졌습니다. 군인들이 지원해주었지만, 훨씬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한 군은 아직도 대학생들이나 자원봉사단의 손길이 필요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또 한 군은 “뉴스에서 보도되는 것보다 실제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다행히 저희 집은 복구가 거의 마무리 되어가지만, 아직도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하는 주민이 많다고 들었습니다.”고 말한다.
우리대학은 이러한 수해피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 할 예정이며, 각종 수해 성금 모금행사를 하는 등의 작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경남일대와 수해피해지역의 현실은 참혹한 상황이며, 겨울이 되어 갈곳을 잃은 사람들도 눈에 띄고 있다. 태풍 ‘매미’가 지나간지 한 달이 된 지금, 재학생들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행동하는 지성'''''''', 대학인의 참 모습을 기대해본다.
<길지혜 기자>  tameyou@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