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력

-한국만화가 협회 이사, SICAF(서울국제만 화애니메이션 페스티발)자문위원, UNICEF 카드후견인, 한국만화가 협회 부회장, 한일문화교류자문위원, 경기도문화재단 자문위원, 한국만화가 협회회장, 現 (주)둘리나라 대표이사
-1975년 제 3회 소년한국일보 신인만화 모집 당선 데뷔(작품명 : 폭우), 우리나라 최초 만화우표(아기공룡 둘리) 발행, (주)둘리나라 설립,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장편애니메이션 제작·감독, 제8회 카이로 어린이 영화제초청(경쟁부문), 우리나라 최초 만화 크리스마스 씰 발행

물끄러미 요즘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복잡한 것 같기도 하고, 간단한 것 같기도 합니다. 정보통신으로 대변되는 기계문명의 발달은 우리네 삶을 한시도 가만 놔두지 않습니다. 촌각(寸刻)을 다투듯 진화하는 정보통신 기술(技術)은 지구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우리네 삶을 시시때때로 간섭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좇기에는 우리네 삶이 너무나 벅차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그곳으로만 몰려갑니다. 시대의 미아(迷兒)가 되지 않으려, 혹은 글로벌 사회의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 메마른 입술을 축일 시간도 없이 몰입하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정말 사람들이 저 기계문명 속에서 유익함을 얻는지, 아니면 기계문명이 사람을 지배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물론 기계문명의 발달이 인류의 삶을 편리하게, 다양하게, 풍요롭게 바꾸어 주었다는 점만은 부인하지 않습니다. 지구촌을 하나로 묶어 실시간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웍은 우리네 삶의 다양성을 확보해 주었고, 미래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한 불가능의 영역이 제거되었고, 이제는 도전하면 쟁취할 수 있다는 희망의 시대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 희망의 시대를 밟고 좇아오는 암울한 절망의 그림자는 무엇일까요. 변화를 앞서거나, 적어도 비슷하게 보폭(步幅)을 맞추어야만 절망의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지 않는 시대, 우리는 지금 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인간이 이룩해 놓은 과학문명이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밀쳐내고 있는 것입니다. 기계문명이 인간의 삶에 다양성을 부여 한 것 같지만 기실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대인들의 삶의 양태는 철저히 ''''강제''''되고 있습니다.
기계문명은 함몰될수록 개개인의 삶과 의식을 규격화하고, 획일화하고, 집단화시켜 종국에는 개개인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선택''''의 문제를 앗아갑니다. 그것은 기계문명의 자명한 한계입니다. 왜냐하면 기계문명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생활을 조금은 편리하게 해 주는 한낱 도구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계문명은 결코 우리의 정신을, 사고를 자유롭게 해 주지는 못합니다. 삶의 풍요는 물질의 넘침과 기계문명의 발달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사고의 자유로움과 그로 인한 정신적 풍요가 수반될 때 비로소 삶도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가깝게는 가족과 이웃, 멀게는 인류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이해 속에서 정신을 가꾸어 나가야만 궁극적으로 삶이 건강해 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요즘사회가 복잡한 것 같기도 하고, 간단한 것 같기도 한 이유입니다. 기계문명이 발달할수록 삶이 간단해져야 함에도 나날이 복잡해지니 하는 말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을 접해 보면 너무나 많은 길을 가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가려 고집하고 있습니다. 물론 ''''선택의 다양성''''이라는 부분에서 당연히 존중받아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삶에 대한 애착과 적극적인 자세야말로 인류가 번성하고, 진보해온 원동력입니다. 하지만 여기엔 한가지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선택이전에 ''''집중''''의 문제입니다. 어떠한 길을 가기 전에, 반드시 무엇엔가 집중해야만 합니다. 그러한 집중을 통해서 찾고, 얻은 길만이 진정 삶을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 젊은 시절, 무엇엔가 미친 듯이 집중하다보면 삶의 길이 희미하게 보이고, 열리는 것입니다. 설사 그 길이 무수한 사람들이 걸었던, 이제는 더 이상 걸을 사람도 없는 고색창연(古色蒼然)한 길일지라도 그러한 집중을 통하여 찾아낸 길이라면 누가 뭐라던 과감히 걸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한번 젊음에 ‘집중’해 보십시오. 그리고 ‘선택’하십시오. 그래도 인생은 결코 늦지 않습니다.
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