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사이에 서울, 특히 강남 지역의 아파트 값이 두배 가까이 오르면서 일반서민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고 있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일부지역 고급아파트들의 가격이 평당 3000만원을 넘고 있다. 3000만원이면 매년 300만원 씩 10년을 저축해야 마련할 수 있는 금액으로 10평짜리를 마련하려고 하면 100년이 걸리므로 보통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가질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일반 서민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선진국에서는 7~10년 분의 연간국민소득이 일반적인 주택가격임을 감안 할 때, 우리나라 1년 국민소득 1만불의 10년분인 10만불 정도가 적절한 좋은 주택 가격이어야 할 것이나, 3억짜리 아파트만 하여도 연간국민소득 1200만원의 25배에 이르니 집 장만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게 되었다. 아예 집 마련을 포기하고 생활을 즐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젊은이들도 많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을 보면 예삿일이 아니다. 이러한 아파트 값 급등의 배경에는 IMF 이후 몇년동안 주택가격이 하락하여 주택업자들이 공급을 중단한 것과, 금리가 떨어져 부동자금이 넘쳐나는 것등이 일부 원인이기도 하나 투기꾼의 농간이 개입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들은 수백억의 자금을 동원하여 자기들끼리 사고 파는 일을 되풀이함으로써 주변 아파트 값을 한껏 끌어올린 다음, 나중에는 몽땅 팔아 치우고 떠나는 것이 그들의 일반적인 행태이다. 아무리 아파트 값이 상승기라 하여도 자고 나면 1억원씩 올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실수요자라면 2~3일 사이에 1억이상을 더 주고서는 배가 아파 도저히 살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면 재건축 아파트가 왜 투기꾼의 주요 타겟이 되었는가를 생각해보자. 재건축을 추진중인 아파트는 대략 70년대 후반이나 80년대 초반 건설된 아파트로 당시에는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용적률(전체 건축 면적/대지 면적)이 100% 이하이거나 기껏해야 150~170% 정도였다. 그러나 현재는 법적으로 300%(상업지역의 경우 800%)까지 허용하다보니 100%의 용적률을 가진 아파트는 이론적으로 3배까지 집평수를 늘려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파트 분양가는 땅값과 건축비가 포함된 가격이므로 3배까지 늘려지을 수 있는 면적중 일부를 일반인에게 분양하면 본인의 추가적인 부담 없이 많게는 2배까지 아파트 평수를 늘릴 수 있으므로 용적률이 낮은 아파트 소유자들이 재건축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어찌하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한 건설 당시인 70~80년대는 우리나라의 경제가 급팽창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질적인 면은 잠시 접어두고 양적인 팽창이 우선 시 되어 공급에 치중하다 보니, 주택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어 현재는 설비가 낡고 구조가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설비가 현대식이고 살기 좋은 환경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투기꾼들은 이러한 욕구를 이용하여 아직 결정되지 않은 재건축의 가능성만 가지고 이를 과대 포장하고, 재건축의 가능성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될 때마다 부풀려지고 그들의 농간이 더 보태져 가격이 턱없이 올라가게 된 것이다. 거기에다가 일부건설업자들은 아파트 내장재를 초 호화판으로 꾸며서 여기에 자기들의 건축비를 몇 배씩 숨겨 넣고, 현재의 땅값이 아닌 그리고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입주 시의 땅값을 분양가에 넣어 과도하게 산정 함으로써 분양가를 올려놓았다. 이들 고가의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 가격들도 동반 상승케 하고 다시 이것이 주변에 전파되는, 주택가격의 도미노 현상이 온 나라에 만연하여 전국적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게 되었다.
높은 주택가격은 집 없는 사람들의 의욕을 상실케 하고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기 힘들어 이사를 가야하는 등으로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주택을 가진 사람들도 다소 평수를 늘리고자 하여도 늘어난 부담 때문에 어려워지는 등, 높은 주택가격은 국민경제에 백해무익할 뿐이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보유세와 양도세를 대폭 높이는 등의 조치로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하고자 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재산세는 자동차세등을 고려해 볼 때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임은 틀림없어 이를 상향조절 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나 걷혀진 세금을 다른 분야에 적절히 사용하여 서민들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가령 미국과 같은 나라는 보유세인 연간 재산세를 주택가격의 대략 1% 정도 부과하고 있으나 이 재산세를 고등학교까지의 의무 교육비로 충당하므로 별도의 교육 예산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 또한 1가구 1주택이라도 양도세를 부과하나 대부분의 주택이 20년 내지는 30년의 장기 할부 주택이다 보니, 양도소득이 일시에 발생하지 않아 큰 부담이 없고 아울러 주택을 판 사람이 조금 더 비싼집을 사게되면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으니 사람들은 조금씩 조금씩 집을 키워가게 된다. 이는 건설 경기에 이바지하는 측면이 있어 오히려 경제에 도움이 되므로 정부에서는 이러한 선진국들의 사례를 참고하였으면 좋겠다.
<본 글은 다음호까지 이어집니다.>
정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