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0여년전 모 전직대통령이 취임을 앞두고 ‘인사는 만사’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를 포함하여 역대대통령 가운데 인사에 성공한 대통령은 거의 없었다. 결국 이들의 잘못된 인사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였고, 이것이 그 원인의 하나가 되어 대부분 대통령으로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임기를 마쳤다. 이는 지금의 대통령에게도 해당된다. 내각의 장관을 바꾸거나 청와대 비서관 인사 때마다 문제가 야기된다면, 그 결과는 역대대통령들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특히 가신(?)정치에 의존하거나 비서관의 파워가 장관보다 막강할 때에는 그 정권은 제대로 돌아갈리 만무하다. 어느 대통령이고 역사에 남는 훌륭한 대통령이 되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의 지도력도 중요하지만, 능력과 자질, 인품을 갖춘 인물을 적재적소의 자리에 임명하는 인사가 더 중요하다. 이와 관련된 중국의 고사 하나를 소개한다.
제나라의 왕 경공이 재상 안영에게 나라와 백성을 잘 다스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안영은 현명하고 능력있는 자들을 추천해서 그들로 하여금 나라를 다스리게 하고, 인재를 널리 등용해서 백성들을 관리하게 하는 것이 열쇠라고 하였다. 이에 경공은 현명하고 능력 있는 자를 구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안영은 인재를 가려내려면, 그들이 사귀는 대상을 관찰해야 하고, 그들의 언행과 습관, 취미를 분석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감언이설이나 웅변술로 그 품행을 판단해서는 안되며, 타인의 평가나 평판에 기대어서 재능의 높고 낮음을 가려서도 안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렇게 선발된 인재는 결코 허장성세를 부리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진실한 속내를 감춘채 왕의 총애를 받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특히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세력을 얻었을 때 무엇을 주장하고, 세력을 잃었을 때 무엇을 거절하며, 부귀할 때 무엇을 반대하는가를 살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훌륭한 인재는 몸가짐을 조심하고 신중히 판단해서 경솔하게 벼슬길에 오르지 않으며, 설령 벼슬길에 올랐다고 할지라도 쉽게 은퇴한다고 하였다. 반면 중간 정도의 인재는 쉽게 벼슬길에 오르고 쉽게 은퇴하며, 자질이 낮은 자는 벼슬을 중시하고 관직을 탐내서 은퇴를 싫어하는 바, 이러한 점들에 유의해서 인재를 선출하면 틀림이 없다고 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와 국민을 위해 능력과 자질, 인품이 있는 인재를 뽑아 등용해야 한다는 것은 불변의 방책이다. 이를 잘 아는 유희춘 역시 당시 경륜(經綸)의 재주가 있고 시무(時務)를 아는 이이를 선조에게 중용토록 천거하였다. 『미암일기』에는 이때의 일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식후에 창동으로 가서 영의정 이탁공을 뵈었다. 아들 이해수가 나와서 영접을 하고 상공은 방에서 응접을 했는데, 주과를 내오고 차분하고 간곡하게 이야기를 하다가 승지 이이의 만언상소를 말하며 서로 감탄하여 경륜의 재주가 있다고 하였다.…내가 아뢰기를 ‘시무를 알기가 가장 어려운데 전일 이이의 상소에 주상께서 내리신 답사가 극진하시어 보고 들은 사람마다 감격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고, 신도 재주와 식견이 이이만 못한 것을 한스러워 했습니다. 신이 헤아리건대 지금의 큰 강령과 급무는 이이의 소에 이미 다 말했습니다. 이이는 시무를 아는 사람이니 소활한 서생들과는 같지 않습니다. 진실로 채용을 하셔야 합니다’ 하였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의 용인(用人)과 거현(擧賢)항목에서, ‘용인’이란 인재를 등용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요, ‘거현’이란 어질고 현명한 인재를 천거하는 것이라 하였다. 정약용은 이러한 인재 선발기준으로 충성과 신의, 재주와 지혜 등을 내세웠다. 그리고 그는 쓸모 있는 자는 대개 바른말을 잘하고, 때론 귀에 거슬리는 말만 하는 것 같지만, 이런 인물이 일처리도 잘하고 지도자를 깍듯이 보좌한다고 하였다.
뛰어난 인재를 뽑아 등용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능력과 자질, 인품을 정확히 파악하여 거기에 맞게 직책을 부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인재를 선발하고 등용할 때 안영과 정약용의 말을 반드시 참고로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지도자는 인재를 제대로 쓰고 다룰 줄 아는 용인술(用人術)에 능해야 한다. 유방이 항우를 꺾고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용인술 때문이었다. 이처럼 용인술은 대통령 뿐만 아니라 정계·재계 등 모든 분야의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지도력과 포용력, 그리고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과 용인술 등을 구비한 미래지향적인 지도자를 원한다. 이런 지도자가 훌륭한 인재들을 등용하여 이들과 함께 부국강병과 국태민안을 위해 진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동양학연구소 연구실장)
송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