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말을 마음 놓고 할 수 없는 시대, 언론의 자유가 억압받는 사회에서 필화(筆禍)나 구화(口禍)로 인해 뜻하지 않은 고통을 받는 이들을 종종 본다. 화를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속에 묻어둔 말을 시원스레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언은 바로 그런 필요에서 생겨난 문학이다. 우언을 일러 난세(亂世)의 문학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오늘 소개하는 졸옹(拙翁) 홍성민(洪聖民, 1536~1594)의 ‘촉견폐일설(蜀犬吠日說)’은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위해 힘써야 할 조정의 대소 신료들이 붕당(朋黨)의 폐해에 빠져 있던 16세기 후반 조선의 정치현실을 비판한 우언이다. 이 글을 지은 홍성민은 대사헌·대제학 등을 역임한 문신이었으나, 동서 붕당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유배를 당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이 글을 지은 이유를 “하늘 한 가운데의 태양으로 하여금 어둠에 묻혀 상처를 입게 하지 않고자 함이며, 옳음을 보고 짖는 소리가 영원히 이 세상에서 끊어지게 하고자 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당시 정치 현실에 대한 그의 우려가 얼마나 절실한 것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세상에 전하기를 용(庸)과 촉(蜀)의 남쪽은 항상 많은 비가 내리니 개들이 해를 보면 짖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감히 해를 짖는 것이 아니라 일상과는 다른 기이한 현상을 보고 짖는 것이다. 이 개는 촉의 땅에서 나고 자라 다만 촉의 하늘만을 보았을 뿐 촉 이외의 하늘은 보지 못하였고, 다만 촉에 항상 비가 내리는 줄만 알지 촉 이외의 곳에는 항상 해가 나는 줄 모른다. 그래서 비가 오는 것이 정상이고 해가 나는 것은 정상이 아니었다. 정상이 아니면 기이하게 여기고, 기이하면 짖어댔으니, 마땅하도다.
왜 그런가? 하늘을 우러러보면 항상 주룩주룩 비가 내리고 어둑어둑 흐린 것이 늘상 그러했으니, 이것이 눈에 익고 습관처럼 익숙해져서 마음에 스스로 편하게 여겼다. 그러다가 어둑어둑한 기운이 조금 걷히고 태양이 커다랗게 나오면 일찍이 눈에 보지 않았던 것이라 자신이 익히 보아왔던 것과 비교해 보고 이는 그것이 아니니 제 자신 마음속으로 놀란다. 놀란 즉 어찌 짖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무릇 태양이 높이 떠오르는 것은 천도(天道)의 정상이요, 세상 사람들의 눈에도 정상이지만, 촉의 개에게는 정상이 아니었다. 또한 어둡고 비가 오는 것은 천도의 비정상이요 세상 사람들의 눈에도 비정상이지만, 촉의 개에게는 정상이었다. 그래서 촉 땅의 비를 정상이라고 여기고 거기에 편안하였으며, 온 세상에 태양이 비추는 것을 비정상이라고 여기고 기이하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며, 온 세상의 태양을 기이하게 여겼으니, 세상의 태양을 보고 짖은 것이다. 이 촉 땅의 개의 성질이 실상 세상의 다른 개들과 다른 것이 아니다. 태어나기를 촉에서 났고, 습관이 되어 몸에 익숙한 것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찌 개만이 그러하겠는가. 사람은 더욱 심하다. 선함을 가지고 있고 악함이 없는 것이 인심의 본연이다. 사람의 마음은 본래 하나의 하늘을 가지고 있으니 본디 심령은 백일과 같은 것이지만, 기품이 그것을 얽어매고 물욕이 또한 그것을 가림은 구름과 안개가 하늘을 흐리게 하는 것과 같다. 그로 인해 밝은 것이 어두워지고 신령스러운 것이 벌레 먹어, 하늘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자는 적고 하늘을 어둡게 한 자는 많다. 예전의 물든 것에 얽매이고 속된 의견에 둘러싸여 그것이 서로 구르고 굴러 습관이 본성처럼 됨에 온 천하가 모두 어둑어둑한 지경에 빠져들게 되었다. 혹 그 본연의 하늘을 온전히 보전한 자가 있어 정색을 하고 직언을 하여 백일을 그 가운데 드러내면, 기이한 것을 나무라고 옳은 것을 배척하는 자는 처음에는 기이하게 여기고 다음에는 해괴하게 여기다가 마침내는 그것을 배척하여 무리를 지어 비난하고 쑤근쑤근 시끄럽게 하면서 물고 뜯어 세상에 용납되지 않게 한 뒤에야 그친다. 온 세상의 어둡고 더러움이 촉 땅에 항상 비가 내림보다 심하고, 세상 사람들이 사악함을 옹호하고 옳은 것을 짖어대는 것이 촉 땅의 개가 해를 보고 짖는 것보다 심하구나. 이는 다름이 아니다. 세상 사람들이 단지 사악함에 익숙해져 옳은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양학연구소 연구교수)
윤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