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릴 적 소원중의 하나는 나만의 공부방을 가져보는 것이었다. 물론 공부방이 생겼다고 해서 더 열심히 공부할지는 의문이었겠지만, 1평 남짓한 공간이라도 나를 위해서 존재할 방이 너무나도 갖고 싶었다. 집안 사정으로 하여금 언제나 부모님께 혼나기 일쑤였지만, 그 때까지 방에 대한 나의 개념이 보금자리였던 것만은 분명했던 것 같다.
얼마 전 정부가 ‘10.29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는 중이라 한다. 물론 추가적인 대책이 이어서 마련되겠지만,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일단 ‘백화점식 처방’이라는 제도로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목표로 시행되어 투기지역을 중심으로 다주택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을 대폭 늘리고, 재건축 아파트의 개발이익에 대해서도 환수하여 강남 등의 아파트 거품을 제거할 계획이라 한다. 이 때문에 부동산 거래가 대폭 감소되었고, 아파트 분양권 포기 사태도 벌어지는 희한한(?) 현상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간 많은 투기와 부동산 거품이 이 ‘10.29 부동산 종합대책’의 시발점이기도 하겠지만, 강남의 중심으로 하는 사람들의 집중화 현상에는 ‘교육’의 역할 역시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즉 교육 인프라가 잘 구성되어 있는 강남 특정지역에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 급등의 주요 요인으로 발돋움하게 되고, 아울러 지속적인 집적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또한 주변의 학교를 위해 위장전입도 상당하다고 하니, 나의 어렸을 적 공부방에 대한 관점과 얼마나 우원한가?
나만의 공부, 나만의 보금자리를 위해 갖고 싶었던 장소는, 그들에게 있어서 목적은 비슷했을지 몰라도, 나로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모습의 시도였고, 한편으로는 재테크(?)였던 것이다. 1평 남짓한 방이라도 그토록 갈망했던 나의 모습이,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소주제로 펼쳐진 한 아파트의 3자리대 평수를 보고 내 꿈이 그리 소박하였던가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는 않다. 근본적인 원인을 배제한 채, 법적인 요소로만 제재하려는 근시안적이라는 정책이라고 하기도 하고, ‘교육’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특히 강남일대의 주요 명문 사립고등학교등에 대한 강북이전 및 신도시 새로운 교육인프라 구성 등의 대안책까지 논의되는 것을 보면 ‘투기’도 ‘투기’이지만 ‘교육’이라는 문제가 엄청난 요인임을 알게 된다.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뜻으로, 인간의 성장에 있어서 그 환경이 중요함을 가리키는 ‘맹모삼천지교’의 정신을 얼마나 잘 받드는 세대인가? 과연 나도 우리 부모님께서 나를 그곳에서 낳아 키워주셨더라면 더 공부를 잘할 수 있었을까?
이원일  <국문·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