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예술가, 교육자이며 동시에 프로그램 개발자로 더 잘 알려진 D. 로장(Daniel Rozin)은 주로 상호작용적인 디지털 아트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거의 매일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습관이나 그러한 시각방식은 우리에게 일상적인 것이지만, 그의 ‘거울’시리즈는 거울의 기본적인 형식을 전혀 다른 소재로 놀라움과 동시에 친숙한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 1999년에서 2003년에 이르기까지 제작 된, 모두 5개의 <Mirror>라는 제목의 작품들은 모두 거울이라는 기본적으로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재료의 독특함과 작품들이 설치된 공간의 특이성으로서, 그 제목에서 연상되어지는 평범함을 벗어나 새로운 예술 작품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나무거울>(Wooden Mirror. 1999)은 그의 대표작으로, 가장 처음 제작된 작품이기도하다.
이 작품은 외관상 사뭇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전체 팔각형으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형상에, 한 변의 길이가 4 센티미터인 830개의 나무토막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비디오 카메라가 촬영한 관람객의 형상(사진 오른쪽의 액정모니터)이 830개의 픽셀이 되어 각각 이 나무토막들에 반영되는 것이다. 나무토막들은 상하로 최대 30°정도로 각각 기울어지면서 명암을 표현한다. 예를 들어 위로 기울여지면 밝은 색이 되는 식인데, 그 명도가 (무려) 255단계로 표현되며, 나무토막들이 돌아가면서 내는 소리도 재미있다.
일견해서, 이 나무토막들이 움직일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힘들다. 또 이 작품이 설치되어 있는 고풍스러운 공간 또한 그러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여지없이 배반당하고, 관람객들의 모습을 따라 실시간으로 영상(?)을 그려내는 나무들의 움직임은 가히 환상적이라 할 만하다.
그의 또 다른 ‘거울’ 시리즈들은 크롬으로 만든 금속 공, ‘뉴욕의 거리에서 수집한 쓰레기, 블라인드 등 각각 다른 재료로 제작되었고, 그 작품들은 일반인들이 다니는 건물이나 길거리에 설치됨으로써 일상적 도구로서의 거울의 역할과 함께 동시에 비일상적인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관객의 의한, 또 관객이 주인이 되는 형식의 작품들은 바야흐로 많은 작가들에 의해 시도되어지고 있는 형식이기는 하지만, 그의 작품은 거울이라는 생활 속의 소재로서의 친숙함과 동시에 색다른 경험을 해 볼 수 있게 한 점에서 구별된다.
일상적인 시각형식을 전혀 다른 방법으로 변경시킨 이 작품들은, 전시장이 아니라 공공장소에 설치됨으로서 비로소 그 가치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또 ‘뉴욕길거리에서 익명의 시민들이 버린 500개의 쓰레기’로 만든 <쓰레기 거울>(trash mirror. 2002)에서처럼, 도시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분명히 공공성이 강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예술대학·예술학부·서양화전공> 교수
<이원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