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란
<건축대학 건축공학과>교수

지난주에 올린 시사 칼럼은 당초 1회 분량을 요청 받아 작성하였으나 글을 쓴 경험이 별로 없어 원고 분량을 알맞게 맞추지 못하였다. 아까운 지면을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 사과를 드리면서 우리나라 아파트 값의 문제점과 대책에 관한 필자의 의견을 이어나가 보겠다.
전회에서 언급한 노후 아파트의 소나기 재건축은 고가의 분양가 문제 뿐 만 아니라 경제, 사회적으로 여러가지 문제점을 야기 시킨다. 즉, 70~80년대 급팽창하던 경제에 맞추고자 대량으로 건설된 아파트와 사회 간접 자본등으로 인하여 당시 이에 필요한 골재수요가 대량으로 발생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들 수요를 맞추기 위하여 자갈과 모래를 마구 채취 사용하다보니,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자연산 강자갈과 강모래가 고갈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정부에서도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연을 훼손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어, 자연산 골재를 사용하는 것이 이제는 매우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현재는 모래와 자갈들을 수입하거나 바위를 으깨어 얻은 부순자갈과 부순모래 또는 바다모래등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부순자갈과 부순모래는 생산 과정에서 공해물질인 석분이 다량 발생하고, 파쇄중 모래나 자갈 내부에 균열이 발생하여 콘크리트 강도가 약해지는 단점이 있으며 바다모래 또한 모래에 함유된 염분 때문에 철근의 부식이 우려되는 등, 부순골재와 바다모래를 사용한 구조물의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점이 있다. 그리고 재건축이 진행되는 동안 한꺼번에 많은 가구가 이사를 해야 하므로, 전세수요가 일시에 발생하여 물량부족을 야기시키고 따라서 전셋값이 폭등하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한다.
아울러, 기존건물을 파쇄한 후 발생하는 건설 폐기물의 처리도 간단치 않아 환경을 오염시키는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재건축이 가져오는 폐해가 크다. 따라서 관련 학계에서는 재건축을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고, 정부에서도 그런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국가자원의 낭비, 환경 오염등을 유발시키는 재건축을 대신하는 대안으로서 리모델링이 각광 받고 있다. 리모델링이란, 낡은 아파트나 건축물에 대하여 주요 부위는 그대로 두거나 다소 보강하고, 설비와 외관을 새것으로 교체하여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등을 최소화하면서 아파트의 수명 연장과 함께 품질은 높이고자 하는 것으로, 정부에서는 이를 장려하기 위하여 재건축 승인을 최대한 억제하고, 리모델링 시 아파트 면적을 10% 범위 내에서 늘릴 수 있게 하는 등의 정책을 펴서 리모델링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공사 기간 중에 살던 집을 비워야 하고, 가구수가 늘지 않아 일반분양을 할 수 없으므로 비용을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등, 재건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센티브가 크지 않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선호하지 않고 있으나 국가 경제적으로 가야할 방향임은 의심할 나위가 없으므로, 정부에서는 관련세제를 개편하고 금융비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분양된 압구정동의 리모델링 아파트가 재건축 아파트 못지않게 고가에 분양 되었다는 사실은 리모델링 시장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리모델링 시장은 전체 건설 시장의 약 3% 정도로 매우 미미하나 1998년 발표된 자료(Euro Construct 제46차 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구미 선진 15개국들의 경우, 리모델링이 전체 건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나라에 따라 30~40% 정도인 것을 볼 때, 우리나라도 분명히 이러한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가 70~80년대에 건축된 것으로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내진설계가 도입되기 전으로, 마치 성냥곽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것 같은 구조형식으로 건축되었기 때문에 약간의 지진동에도 붕괴될 수 있는등, 수평하중에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이를 보강할 필요가 있는데 특히, 1988년 처음 법제화된 내진 설계 규정에 따라 리모델링 시 내진 성능을 의무적으로 보강해야 하므로, 이에 따른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등의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으나, 이 비용을 만약의 사태에 발생할 수 있는 지진에 대한 보험료로 간주한다면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우리대학 연구소를 비롯한 여타 관련 연구자들도 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므로, 조만간 좋은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튼 재건축 아파트를 필두로 뛰어오른 아파트 가격이 우리 경제수준에 맞춰 알맞게 낮아지고,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시키는 재건축 보다는, 환경보호와 자원 재활용 차원에서 훨씬 효율적인 리모델링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정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