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운전면허법(SB60)의 철회를 공약한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취임식을 한 지난 17일 L.A 다운타운 주 청사 앞에서 한인 30여명을 포함한 2백 여명의 소수계 권인단체 관계자들이 SB60의 유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족학교 윤대중 권익부장이 SB60의 폐지 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1년 9.11테러 뒤 외국인들에 대한 비자발급 규정을 복잡하게 만들어 미국 이외의 나라에 적대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은 물론 미국의 관광산업과 대학교 등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이같은 비자규정 때문에 최근 수 천명의 외국인들이 미국 대신 다른 나라를 사업 또는 여행지로 선택하고 있고 미국 대학들은 새 규정 때문에 학생들과 학자들을 잃고 있으며 기업들은 생산 지연, 고객과의 마찰, 인력 문제 등을 안게 되었고 외국인 관광객들과 대규모 행사 참가자들은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는 미국 대신 다른 곳을 찾게 돼 관광업계나 컨벤션업체들이 반발을 하고있다. 미국의 교육계와 재계 등의 지도자들은 안보위협을 가려내기 위해 만든 절차상의 장애물들이 미국 행정부 안에 관료주의적인 ‘아니오 (No)문화’를 조장해 외국인들이 미국에 가져오는 혜택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강도 높게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 입국 비자뿐만 아니라 연방의회에는 여전히 반이민법안들이 계속 상정되기도 한다. 테러 사건 직후보다는 다소 진정되었다고하지만 이민사회를 압박하는 이들 법안들로 인해 심리적 불안감을 주고 있다. 현재 연방의회에는 경찰에게 이민자 단속 권한을 부여하고, 이민자 추방조건을 더욱 확대하고, 전문직 취업비자와 주 재원비자 발급을 까다롭게하는 등 다양한 내용의 반이민법안이 계류중이다. 현재 가장 주목을 받는 법안은 경찰에 이민자 단속권한을 부여하는 ‘외국인 추방을 위한 공권력 확립법안’이다. 지난 7월 찰리 노우드(공화당.조지아주)연방하원의원이 상정한 이 법안은 현재 2천 여명 수준인 불법체류자 추방담당 직원만으로는 계속 늘어나는 불체자를 감당할 수 없기때문에 60만명에 이르는 지방경찰에게 이민자 단속권한을 부여하자는 내용을 담고있다. 지금의 법은 경찰이 이민자의 신분을 연방정부 관련기관에 공개할 수 있으며 이민당국의 요청에 따라 불체자 적발에 나설 수는 있지만 독자적인 이민자 단속임무는 부여하지 않고있는데 이를 고치겠다는 것이다.

이민단체들은 지방경찰이 이민자 추방 등 단속업무까지 맡게 되면 불체자들이 범죄의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를 꺼리는 등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며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경찰 당국자들도 반대를 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범죄예방에 전혀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경찰은 불심검문이라는 것이 없다. 교통위반을 하면 운전면허증 여부만 확인을 하고 그에따른 스티커를 떼어주면 그만이다. 범죄행위만 저지르지 않으면 어떠한 경우에도 신분에 관한 질문을 할 수 없다.
반이민법안만 상정되어있는 것은 아니다. 농장노동자와 불법체류학생 사면안 등 이민자에게 혜택을 주는 법안들도 있다. 농장노동자사면법안은 50여만 명의 대다수 히스패닉계 불체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농장외에도 호텔이나 식당 등 타업종 불체 노동자들도 일정기간 이상 미국에 거주하며 세금을 납부한 불체자들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불법체류학생사면법안은 16세 이전에 미국에 입국해서 최소 5년간 미국에 체류한 뒤 대학에 입학했거나 고교졸업, 검정고시를 통과한 경우 영주권 취득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각 이민단체 관계자들은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이민자 커뮤니티에서 얼마만큼 공화당쪽에 압력을 넣을 수 있느냐에 따라 불법체류자 구제 대상의 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의회 상대 로비를 더욱 활발하게 한다는 생각이다.
(LA 미주한국일보 기자)
진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