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차 남북장관급회담과 남북관계


남북 회담의 일상화·제도화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란 당면 과제를 안고 있는 참여 정부는 국내외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 하고 남북관계를 제도화·일상화 단계로 끌어 올렸다. 참여 정부 출범 이후 남과 북 사이에는 대통령 특사 방북 1회 장관급회담 4회를 비롯한 남북 회담을 31회나 가진 바 있다. 회담 개최일이 106일이나 되어 평균 3.4일 중 하루는 남북 대표가 상대를 주시 하는 상황을 이어 가게 하였다. 올해 역시 북한의 ‘핵문제’가 전세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제13차 남북장관급회담(2.3-2.6)이 열렸다.

새해 첫 장관급회담

이 회담은 답보 상태에 있는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북측의 진의(眞意)를 타진할 수 있는 계기이자 새해 들어 처음으로 열린 남북간 ‘첫 고위급회담’이었기 때문에 내외의 시선이 집중 되었다.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열린 이 회담에서 남북의 대표들은 민족사의 새로운 지평(地平)을 연 ‘6.15남북공동선언’의 이행-실천문제를 협의하여 6개항에 달하는 ‘공동보도문’을 채택하였다.
그내용을 보면 1)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하여 제2차 ‘6자회담’(2.25 예정)이 결실 있는 회담이 되도록 협력, 2)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쌍방 군사당국자회담을 조속한 시일내에 개최, 3)조속한 시일내에 개성공단 1단계 100만평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 금년 상반기 중에 1만평 규모의 시범단지를 개발하도록 적극 협력, 4)임진강수해방지사업, 해운합의서 발효문제, 상대방에 대한 비방방송 중지문제 등 쌍방이 제기하는 문제를 계속 협의, 5)제9차 이산가족 상봉(3월말, 금강산) 실시, 6)제14차 남북장관급회담개최(5.4-7, 평양) 등을 합의 하였다.

진전된 남북 관계

이런 합의를 함으로써 올해의 남북대화는 보다 진전 될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제13차 장관급회담의 진행과정에서 북측은 ‘우리민족제일주의정신’을 강조하며 남북 당국사이의 민족공조를 통해 남북관계를 자주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주창함으로써 회담 전도에 한동안 암운(暗雲)을 드리우게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국내외적으로도 미국의 대선과 관련하여 북핵문제의 완전한 타결 전망이 불투명 한데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에서 남측은 ‘한반도의 평화증진과 남북관계의 내실 있는 발전’을 기본방향으로 제시하면서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개최 직후 제주도에서 ‘남북국방장관급회담’을 이끌어 내었던 ‘장성급 군사당국자회담’의 재개에 합의함으로써 그동안 불비(不備)하였던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 및 평화체제 구축에 적지 않은 기대를 갖게 하였다.
만약 이 군사당국자회담이 예정대로 조속한 시일 내에 개최된다면, 서해상에서의 우발적 무력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 도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군사적 신뢰구축문제를 본격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될 것이기 때문에 평화정착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될 것이다.
더욱이 앞에서 살펴 본대로 남북간의 합의가 예정대로 순탄하게 추진된다면, 이런 군사적 신뢰 구축문제를 포함한 경제-사회 등 제반 분야의 교류협력이 크게 활성화될 수 있는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북한의 과감한 결단과 평화정착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정황이 남북관계만을 가지고 낙관적으로 가름하기만은 힘들다는 점에 있다.
즉 민족경제의 균형발전과 각급 교류협력을 통한 남북간 신뢰구축문제에도 불구하고 지금 전세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북한의 핵개발문제가 원천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면, 그 앞날이 결코 순탄치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이 오는 2월25일로 예정되어 있는 제2차 ‘6자회담’ 석상에서 북측이 이른바 ‘동시행동에 기초한 동결(凍結) 대 보상(補償)’에 대한 종전의 주장을 어떻게 바꿀지가 주목 된다.
만약 종전처럼 ‘핵’을 기화로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밀어 붙이기식 ‘벼랑끝전술’로 일관한다면 북한은 국제적으로 더욱 고립 될 것이며 남측의 경제지원도 기대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민족공멸의 큰 비극을 초래하는 상황을 야기 할 수도 있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는 북측의 과감한 결단 즉 핵 프로그램의 포기와 함께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복귀 하는 동시에 남북 관계의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 하는 것이다.
김성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