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언(寓言) 읽기의 즐거움 ⑮ 낚시하는 법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는 시조로 널리 알려진 남구만(南九萬, 1629~1711)은 효종 8년(1657) 정언이 된 이후 숙종 33년(1707) 치사할 때까지 50년 가까운 생을 벼슬길에서 지낸 조선후기 문신이다. 낚시를 통하여 깨달은 바를 기록한 「조설(釣說)」을 소개한다.

경술년에 나는 고향 결성(潔城)으로 돌아가 지냈다. 집 뒷켠에 넓이가 수십 보 남짓하고 깊이가 6~7척쯤 되는 못이 하나 있었는데, 여름 내 나는 하는 일 없이 못 속의 고기를 구경하곤 하였다.
하루는 이웃 사람이 낚싯대와 낚싯바늘을 만들어 주면서 내게 낚시를 하라고 권하였다. 나는 서울에서만 지냈기 때문에 낚싯바늘의 길이나 넓이, 굵기가 어떠해야 하는지 알 턱이 없었으므로 그 사람이 준 대로 받아들고 낚시를 던졌다. 그러나 종일 낚시를 하였으나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다.
다음날 손이 한 사람 와서 낚싯바늘을 보더니,
“고기를 잡지 못하는 게 당연합니다. 바늘 끝이 안으로 너무 굽었으니, 끝을 조금 펴야 합니다.”
하면서 그 사람이 낚싯바늘을 두들겨 펴주었다. 나는 또 종일 낚시를 드리웠으나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다. 그 다음날 또 손 한 사람이 와서 바늘을 보았다.
“바늘 끝이 펴지기는 했지만, 굽은 테의 둥글기가 너무 넓어서 고기 입에 들어갈 수가 없군요.”
나는 또 그 사람을 시켜 바늘 굽이의 둥글기를 좁게 만든 다음 다시 종일토록 드리워서 겨우 한 마리를 낚았다. 그 다음날에는 손 두 사람이 왔다. 나는 낚싯바늘을 보여주며 지금까지의 일을 말했다. 그 중 한 사람이
“당연하지요. 바늘은 굽은 끝이 짧아 겨우 싸라기를 끼울 만해야 하는데, 이것은 끝이 너무 길어서 고기가 삼킬 수 없고 삼켜도 다시 내뱉게 생겼네요.”
하였다. 나는 그 사람에게 끝을 짧게 만들도록 한 다음 한참 동안 낚시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러나 입질은 여러 번 하였지만, 낚싯줄을 당기는 중에 빠져 도망가기 일쑤였다. 그러자 곁에 있던 다른 손이 말하였다.

“바늘은 되었는데, 당기는 방법을 모르는군요. 대개 찌가 떴다 잠겼다 하는 것을 보고 입질하는 것을 아는데, 움직이기만 하고 잠기지 않는 것은 완전히 삼킨 것이 아니라서 갑자기 당기면 너무 빠르고 잠겼다 조금 나오는 것은 삼켰다가 다시 뱉은 것으로 천천히 당기게 되면 이미 늦지요. 해서 잠길락말락 할 때에 당겨야 하고, 당길 때도 손을 들어 곧바로 올리면 고기 입이 막 벌어져서 나뭇가지에서 낙엽 지듯 떨어져버리니, 비로 쓸 듯이 비스듬히 하여 당기면 고기가 삼키자마자 바늘 끝이 목구멍에 걸려 좌우로 요동을 쳐도 더 단단히 박히게 되니, 이것이 놓치지 않는 방법이지요.”
내가 그 방법대로 해 보니, 드리운 지 얼마 안 되어 서너 마리를 잡았다. 그러자 손이 “법(法)은 이것이 전부이나 묘(妙)가 아직도 부족하구려.” 하면서, 내 낚싯대를 가져다 직접 드리웠다. 낚싯줄도 바늘도, 미끼도, 내가 쓰던 그대로이고 앉은 곳도 내가 앉았던 그곳으로 달라진 것이라곤 낚싯대를 잡은 손뿐인데, 드리우자마자 고기가 다투어 올라오기를 마치 바구니 속에서 집어 올리듯 쉴 새 없이 하였다.
“묘라는 것이 이런 것입니까? 그것도 가르쳐줄 수 있겠습니까?”
내가 물으니, 손이 이렇게 답하였다.
“가르쳐 줄 있는 것은 법뿐이라오. 묘를 어떻게 가르쳐줄 수 있겠소? 가르쳐 줄 수가 있다면 그것은 묘라고 할 수 없지요. 굳이 가르쳐 달라면 한 가지는 가르쳐줄 수 있소 당신은 내가 가르쳐준 법에 따라 아침이고 저녁이고 낚시를 드리워 정신을 가다듬고 뜻을 모아 오랜 동안 계속하면 몸에 배고 익숙해져서 손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조절되고 마음도 저절로 터득하게 될 것이오. 이는 당신에게 달린 것이니 내가 어떻게 하겠소. 내가 당신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라오.”
그제서야 나는 낚싯대를 던지고 탄식하였다.

강희맹의 「도자설(盜子說)」에서 말한 ‘자득(自得)’의 경지나 윤편(輪扁)이 말한 ‘마음으로 응해서 손에 익어진 것’이 참으로 깨달은 것이다. 남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있고, 배울 수 없는 것이 있으니, 스스로 터득하려 하지 않고 남의 것을 가져와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윤승준<교양학부·강의전담>초빙교수
윤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