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코(Pimco)가 채권에만 투자하는 이유


미국 서부의 중심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 1시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태평양 연안의 작은 휴양도시인 뉴포트 비치라는 마을이 있다. 도시의 색깔은 전체적으로 흰색 벽체와 엷은 오렌지색 지붕을 가진 2층 정도의 스페인풍 건물이 대부분이고, 바다와 연결된 안 쪽의 만에는 하얀색 요트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부자 동네이다. 또한 아침 일찍 포구에 가면 팔뚝만한 랍스터와 왕게를 싸게 살 수 있고, 어선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커다란 팰리칸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해 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한산하고 때로 적막하기만한 작은 도시에 세계 최대의 채권운용회사인 핌코(Pimco)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 하다. 2003년 기준으로 핌코가 운용하는 자산은 3,737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450조원 정도가 된다. 같은 기준으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를 모두 합치면 313조원 정도가 되니까 핌코라는 회사는 우리나라의 주식을 통채로 사고도 137조원이 남는 자산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핌코는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핌코는 대부분의 자산을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채권(債券)은 정부, 공공기관 및 회사가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유가증권이다. 주식과 같은 점은 투자자에게 일정한 금액이 인쇄된 종이를 주고, 돈을 받는다는 것이지만 법적 성격은 결정적으로 다르다. 회사가 주식을 발행해서 투자자에게 팔면 투자자는 주주가 되고 주주총회에서 자기가 가진 주식 수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회사가 받은 돈은 회사의 자본이 된다. 그러나 채권을 산 투자자는 주주가 되는 것이 아니고 채권자가 된다. 말하자면 빚쟁이가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회사가 채권을 팔고 받은 돈은 회사의 자본이 아닌 부채가 된다. 따라서 주식회사가 망하면 주주는 모든 빚을 다 갚고 남는 돈이 있는 경우에만 돈을 돌려 받을 수 있지만, 채권은 그 전에 법적 절차를 통해서 압류·처분이 가능하다. 주식보다 채권이 우선 변제권이 가지고 있다고도 말한다. 또 채권은 회사만이 발행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발행하는 것을 국채라고 하고, 서울시와 같은 지방자체단체가 발행하는 것을 지방채라고 한다. 서울의 지하철건설을 위해서 발행된 서울도시철도공채도 지방채에 속한다. 반면 특별한 법률(예를 들면 산업은행법)에 의해서 설립된 법인이 발행한 채권은 특수채라고 한다. 산업은행·도로공사·한국전력이 발행한 채권은 특수채이다. 특수채는 은행·카드회사 등의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금융채,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안채, 그리고 한전·토지개발공사·주택공사가 발행하는 비금융특수채로 분류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주식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은 회사채라고 한다. 그러나 채권의 종류가 어떤 것이던지 발행자의 입장에서 채권은 빚이 되고 채권의 소유자는 빚쟁이가 되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채권의 발행자가 종이에 금액을 인쇄해서 투자자에게 주고 돈을 받는데는 약간의 대가가 필요하다. 나중에 돈을 갚을 때는 투자자에게서 처음 받은 것보다 많이 돌려줘야 하는데 이것이 이자이다. 이자는 원래 빌린 돈의 몇 %라는 식으로 표시하고 이것을 이자율이라고 한다. 이자율을 표시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채권에 이자율이 5%라고 표시되고 금액이 100만원이라고 적혀있지만 투자자가 실제로 채권을 살 때는 95만원을 지불하는 경우를 할인채라고 한다. 이러한 경우 채권의 만기가 되면 투자자는 100만원을 돌려 받는다. 복리채라고 부르는 채권은 일정 기간마다 발생하는 이자가 재투자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이자를 계산하는 것이다. 이자율이 3%이고 액면이 100만원인 5년짜리 채권의 경우 투자자는 처음에 100만원을 주고 채권을 받지만 5년 후에 116만원을 돌려 받는다. 이표채라는 것도 있다. 채권에 이표라고 부르는 작은 쪽지(coupon이라고도 함)가 붙어 있는데, 통상 3개월마다 한 번씩 이자를 준다고 되어 있다. 이자율이 5.3%이고 액면이 100만원인 3년짜리 채권은 처음에 100만원을 투자하면 3개월에 한 번씩 십삼만원 정도를 받고 3년 후에 113만원 정도를 돌려 받는다. 이자는 현재의 소비를 억제하고 미래에 투자한 대가이므로 미래의 투자 기회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면 올라가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 차장·87 법학 졸>choica@kse.or.kr
최욱  choica@k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