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미국으로 조기 유학을 온 학생들이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한국과 같이 행동하다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조기 유학생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결혼을 한 배우자도 서로 문화적 토양이 다른데서 오는 갈등도 심각하다.
사전 준비 없이 무턱대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학교 규정을 모르고 있다가 퇴학조치를 당한 뒤 학생비자까지 취소돼 체류신분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해 3월 한국에서 중학교를 마친뒤 유학원을 통해 캘리포니아 랭태스터의 앤틸롭 크리스쳔 하이스쿨로 유학 온 유 아무개(16)군은 학교 급식이 맛이 없으니 식비를 따로 받아 다른 것을 사먹자고 같은 기숙사에 있는 한인 유학생들에게 권유하자 학교 쪽에서는 이를 학생들을 선동한 것으로 간주해 유군을 퇴학조치 했다는 것이다. 유 군의 보호자는 “아무리 학생이 잘못했어도 보호자를 불러 자세히 설명을 해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1만 달러가 넘는 1년치 학비를 다 지불했는데 몇달 되지도 않아 퇴학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유군은 특히 학교쪽에서 전학 서류를 제때 떼어주지 않아 유학생 등록시스템인 SEVIS에서 학생비자 자격마저 취소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주 교육당국쪽은 “사립학교의 특성상 주정부가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이 불이익을 받았다해도 도와줄 방법이 거의 없다”며 “학교에 들어가기 앞서 학부모와 학생이 학교 규정을 잘 파악해 지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유학원 관계자는 “유학생 관리시스템이 가동된 뒤 퇴학조치된 학생은 자동 출국명령을 받는다”며 “자신이 먼저 학교 시스템이나 학교 생활 등을 충분히 배워서 오는 것이 사고를 막는 길”이라고 말한다.
“최근 1년간 한국에서 온 신부들의 상담 중 이혼하고 귀국하거나 다른 배우자를 찾는 사례가 10명 중 6명에 이른다”고 L.A 한인가정상담소 최영 카운셀러는 밝혔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아동, 복지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100여 개 단체 소속 회원 1천여 명이 지난 25일 L.A다운타운에서 집회를 갖고 슈와즈네거 주지사의 복지예산 삭감을 비난하면서 예산사용의 우선 순위를 어린이 등에게 둘 것을 요구하는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이런 집회에 참석하는 한인은 거의 없다. 이민생활에 뿌리를 내리려면 항의 시위 뿐만 아니라 어느 곳이든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들이는 노력 없이 거저 먹는 과실은 그리 편치가 않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정 아무개(36)씨는 성공한 재미교포 실업가를 소개받아 3개월만에 한국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몇달 뒤 비자를 받아 L.A에 온 정씨는 깜짝 놀랐다. 부품업체를 경영하며 수영장이 딸린 대저택에서 산다던 남편은 다운타운의 허름한 2베드룸에서 홀어머니, 시동생과 함께 살며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며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한국 신부들이 겪는 가장 큰 갈등은 경제적 문제다. 부푼 꿈을 안고 미국에 발을 디딘 신부들은 대부분 맞벌이를 해야만 생활을 꾸려가는 미국생활에 좌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겨우 적응해 맞벌이를 한다고 해도 부족한 영어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직종이 아닌 일용직에 그치게 되면서 미국생활에 대한 회의는 더욱 짙어간다.
낯선 땅에서 겪는 외로움과 소외감, 다른사람의 도움 없이는 외출도 제대로 못하고 관공서나 은행 출입도 쉽지 않다는 무력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편이나 시집식구들의 따뜻한 배려가 따르지 않으면 곧 이혼문제로 불거지거나 우울증으로 번지는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2∼30년 전 초창기 이민시절의 옛 이야기가 아니다.
무엇 하나 간단한 것이 없는 세상살이다.
(LA 미주한국일보 기자)
진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