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과대학·의학과·기생충학)교수『대통령과 기생충』 펴내

출퇴근 버스에서 일년간
읽은 책이 1백여 권,
내 습작의 자양분입니다

기생충보다 해로운 사람 많습니다


“‘기생충학’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꼭 대변과 연관지어 생각하더라고요. 그렇지 않은데 말입니다”라고 운을 뗀 서민(의과대학·의학과·기생충학) 교수는 “기생충과 관련해서 잘못 알고 있는 상식들을 고쳐볼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라며 책 『대통령과 기생충』을 건넸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기생충은 작가 말대로 결핵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다수이다. 오죽했으면 회충으로 인해 생기는 질병보다 결핵이 더 무서운 질병임에도 회충을 미워하고 괄시하는 건 “외모를 따지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풍토 탓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며 날카롭고 쓴 소리를 머리말에 실었으랴. ‘알면 다 사랑하게 된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연구를 하면 할수록 일반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기생충에 대한 정보가 진실과는 달리 많이 왜곡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소외당하는 이들의 서러움을 대변하는 듯한 기생충들의 삶에 애착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기생충학을 선택하게 됐단다.

기생충과 관련한 책은 이번이 2번째다. “첫 번째 책은 에세이 형식으로 엮었는데 반응이 별로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소설 형식으로 묶었습니다.” 2002년 10월부터 작년 8월까지 인터넷 신문 딴지일보에 부정기적으로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글을 읽은 사람들이 남긴 감상평의 반응이 무척 좋아 출판을 결심했다고 했다.
가상의 사건들이지만 실제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소재로 쓴 『대통령과 기생충』은 총 14개의 짤막한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마침내 태어난 수퍼맨’의 약자인 ‘마태수’라는 주인공이 ‘기생충탐정 연구소’를 차리고 기생충탐정이라는 이름으로 펼치는 활약을 담은 이번 책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기생충과 그 기생충으로 인해 생기는 질병, 치료법을 실질적인 의학 정보와 함께 알기 쉽게 풀어썼다. 글의 소재는 주로 주변에서 있었던 일에서 찾고, 거기에 약간의 허구적 구성을 더해 완성한다. 일례로 책 중에 ‘손잡이를 훑는 여자’의 경우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그가 지하철에서 본 여자를 소재로 한 것이다. 소설 속에서는 지하철 손잡이를 매체로 기생충을 퍼뜨리는 한 여자의 사회에 대한 복수가 그려진다. 원래는 지하철 3호선에서 한 여자가 지하철 손잡이를 잡았던 손으로 입을 만지고, 손잡이를 잡았다가 다시 입을 만지고 하는 걸 보면서 소재를 생각해냈다. 그 글이 딴지일보에 소개되고 난 후에 “이 글 읽고 나서는 지하철에서 절대로 손잡이 안 잡아요”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단다. 또, 기생충이 유부초밥을 숙주로 두고 있다는 가정 하에 쓴 글을 보고 일본에서 “유부초밥을 무척 좋아하는데, 그 글을 읽고 나니 속이 안 좋다”라고 메일을 보내오기도 했다. 이런 ‘항의 메일’(?)도 독자들이 자신의 글에 관심을 갖고 있기에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 나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는 1996년에 자신이 처음으로 쓴 책을 출판하고 나서 다시 읽어 봤을 때 많이 부족함을 느꼈고, 1997년부터는 서울에서 천안으로 오는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일년에 책을 100여 권씩 읽었다고 한다. 이렇게 읽은 많은 책들은 글쓰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항상 책과 메모지, 연필을 들고 다니면서 문득 문득 떠오르는 소재들을 적어둔다. 적어둔 소재로 글을 쓰면 그 소재에 ×표시를 해두는데, 소재를 적고 지웠던 노트만 십 수권에 달한다.
이 책을 통해서 그는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하고, 사회적 이슈를 좀 더 문제화하고 싶어한다. ‘어느 여대생의 죽음’에서는 다이어트, ‘입영전야’에서는 군대 모병제에 반대하고, ‘채찍을 휘두르는 선생님’에서는 학교 체벌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담아보려고 노력했다.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회충의 멸종에 그저 안도하는 것이 아니라, 해로운 기생충들을 가려내어 인간의 삶을 훨씬 안정되게 이끄는 것”이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기자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겼다.
“노벨 문학상감은 아니더라도 노벨 평화상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
<방유미 기자> 016650042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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