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쇠페르(Nicolas Schoffer. 1912-1992) <공간역학/사이버네틱 타워>(1961)



N. 쇠페르는 60년대 초반부터 ‘사이버네틱스’의 개념을 도입한 환경조각을 도시 한 가운데에 설치하여, 대중의 사랑을 받은 작가였다. 부다페스트미술학교를 거쳐 파리로 와서(1936) 에콜드보자르를 졸업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모홀리 나기의 영향을 받았고, 1920년대의 러시아 구성주의와 바우하우스의 공간역학을 이어 받아, 환경적인 빛의 연출장치로써의 추상조각을 발표했다.(1948-) 1950년에 최초의 ‘공간역학조각‘전람회를 개최했고, 이처럼 키네틱 아티스트(kinetic artist)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는가 했지만, 곧 이어서 사이버네틱 조각을 발표(1956)하고, 이것을 빛의 움직임을 포함한 ’공간역학적 스펙터클‘로 발전시켜서 환경과 키네틱 아트를 결합시켜 나갔다.
이 그림은 벨기에의 리에주에 세워진 <공간역학/사이버네틱 타워>의 스케치이다. (실제광경을 찍은 사진들이 주로 흑백이어서 이것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 작품은 66개의 회전거울과 120개의 다색투광기를 가진 높이 52미터의 철탑으로서, 빛, 소리 등 도시의 일상화된 제 요소를 예술작품 속에서 재구성하고, 그것을 도시환경 속으로 피드백시키는, 또 야간광선에 의한 연출이 고려된 스펙터클의 선구적인 실험이라고 할 수 있으며, 도시환경의 새로운 모뉴멘트였다.
1960년대는 컴퓨터제어에 의한 기계장치의 자동화가 진행되었고, 또 미국에서는 ‘컴퓨터가 예술을 창조할 수 있는가?’ 하는 화두가 호사가의 관심거리가 되기도 했었던 때였다. 쇠페르의 ‘환경조각’도 사이버네틱이론을 채용하여, 그 장치가 놓여진 환경의 빛과 소리와 같은 외적요건을 읽고, 그것을 연출프로그램에 피드백시킨다. 그래서 이 작품은 ‘움직이는 조각’으로서 필연적으로 연출(mis-en-scene)과 연결되고, 실제로는 무용과 공연(共演)을 한 적도 있는 것이다. 사이버네틱 방법론이 채용된 예술 작품은 그 구조 자체가 스스로 반응하고 변형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호작용적인 소통을 토대로 하는 작품들은 전통적 예술과 달리 이미 존재하고 있던 세계(reality)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구축한다. 또 쇠페르가 “예술작품의 창작이 그 창조자의 전유물이라는 신화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듯이, 예술작품은 세상에 나오는 순간 창조자로부터 자유를 갖고 독립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현대의 미디어 아트에서도 작품과 창작자 모두 하나의 미디어(媒介者)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20세기의 예술에서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아방가르드로서 빛과 공간에 대한 혁명적인 업적을 남긴 사람들로서, 모홀리 나기를 비롯하여, 쇠페르 그리고 MIT의 고등시각연구소(Center for Advanced Visual Studies)를 설립했던 G. 케페스(Gyorgy Kepes. 1906-95))를 들 수 있겠으나, 이들이 모두 헝가리 태생이라는 사실이 공교롭다. 갑자기 헝가리라는 나라의 문화적 정체성이 궁금해진다.
<예술대학·예술학부·서양화전공> 교수
이원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