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바로보기 20김기덕표 영화

당신은 빈집을 가보았는가?

▲ 김기덕표 영화는 포스터, 전개방식, 기묘한 내용 등 모든 것이 ‘관심의 대상’ 이다.

어두운 물 속 의자에 앉아있는 남자와 여자 그 한없이 우울한 포스터를 보고 한참을 시선이 머물렀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는 한참 뒤 조재현이란 이름을 알게해 준 ‘야생동물 보호구역’이란 영화를 알게 되고 난 그 영화의 공통점이 바로 같은 감독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처음 들어보는 그 이름 김기덕 1960년 12월 20일 경상북도 봉화(奉化)에서 태어났다. 경기도 일산에서 농업전수학교를 마친 뒤, 총회신학교를 거쳐 1990년부터 2년간 프랑스 파리에서 회화를 공부하였다. 1993년 영화 《화가와 사형수》의 시나리오를 집필해 같은 해 시나리오작가협회 창작상 대상을 받으면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였고, 이듬해 《무단횡단》으로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대상을 받았다.

1996년 저예산영화 《악어》의 각본감독을 맡으면서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이래, 파격적인 내용과 충격적인 영상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여대생과 창녀의 역할 바꾸기를 소재로 다룬 《파란 대문》(1998), 잔혹한 표현과 여성비하 논란을 일으켰던 《섬》(2000), 단 3시간 만에 촬영을 끝낸 《실제 상황》(2000), 자신의 애인을 창녀로 만든다는 내용을 다룬 《나쁜 남자》(2001) 등이 있다. 그 밖에 《야생동물 보호구역》(1997), 《수취인불명》(2001), 《해안선》(2002),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 등을 감독하였고, 2004년에는 여고생의 원조교제를 소재로 한 《사마리아》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은곰상)을 받았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인정을 받는 감독으로, 1997년 밴쿠버국제영화제에 《야생동물보호구역》을 시작으로 오스트레일리아 누사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몬트리올국제영화제, 스톡홀름영화제 등 각종 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누사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월드시네마상(1998), 베네치아국제영화제 넷팩상,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판타스포르토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브뤼셀 판타스틱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대상, 청룡영화제 작품상(2003) 등을 받았다.
그의 2004년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 수상으로 지난 주 메인 방송사에선 그의 영화를 방영해 줬다. 한곳에선 ‘섬’을 그리고 다른 채널에선 ‘해안선’을 방영했는데 그걸 본 내 친구의 말은 “짜증나 죽는 줄 알았어”였다. 김기덕 감독만큼 매니아층이 두터운 감독도 없을 것이며, 그만큼 안티가 많은 것도 어쩜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다. 이러한 반감은 다름 아닌 그의 영화의 소재와 스토리 전개 때문일 것이다.

위에도 열거했지만 그가 해온 영화들은 벌써 제목부터가 남다르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창녀를 만든다든지 ‘나쁜남자’, 스님이 살인을 한다던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사랑하는 혹은 집착하는 남자 때문에 낚시 바늘을 삼킨다던지 ‘섬’, 빈집을 찾아들어 하루하루를 사는 남자와 불행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빈집’까지 그 어디에도 평범 혹은 무난이란 단어를 찾을 수는 없다. ‘빈집’이야기가 나와선 말인데 그의 영화의 또 다른 관심사는 캐스팅에 있다. 어쩜 그의 영화의 콤비처럼 불릴 수 있는 조재현이나, 한참 잘나가는 꽃미남배우의 틀을 깨고 최소의 개런티로 출연을 했던 장동건, 3시간만에 촬영을 끝내버린 영화의 주진모, 한참 티비며 뉴스를 시끄럽게 했던 이승연까지 그의 캐스팅은 종잡을 수 없는 시각으로 보는이로 하여금 기존의 이미지를 무너트리거나 전환시키는데 노하우가 있는 것 같다. 나처럼 아직은 어린 사람은 그의 영화 속 신인의 얼굴들이 대부분 아역배우(빈집의 재희,나쁜남자의 서원) 출신이란것도 보는이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의 영화는 커다란 영화제의 출품작 혹은 수상작이기 이전에 수많은 요소로 인기를 끌기에 충분하다. 너무도 비주얼한 ‘포스터’며 쉽지 않은 주제의 이상야릇한 전개와 기묘한 분위기의 영화내용 그리고 때론 낯설고 때론 너무도 익숙한 캐스팅과 매 영화마다 다른 촬영이야기까지 그 어느 하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하지 않다.
물론 그가 해외 영화제의 초정을 받게 됐던 이유가 단지 영화제의 이슈를 위해서 영화 ‘섬’을 베니스로 초청한 전직 토리노 영 시네마 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인 알베르토 바르베라는 김기덕이 스크린 위에서 살아 있는 동물들을 고문하고 낚싯바늘 뭉치를 사람의 몸에 뚫려 있는 구멍 속으로 집어넣기 전에는 그의 영화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섬’을 베니스로 초청하는 것은 영화제에서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값싸고 편의적인 방법이었다. 한국영화의 지위나 예술적 성취를 드러내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히 그가 바라던 대로 됐다. 다수의 관객들이 충격을 받아서 기절하거나 구토를 했던 것이다. 이제 그는 그러한 시작으로 정말이지 하나의 이슈를 만들어 내는 감독이 돼버렸다.
매니아와 안티를 따지자면 이글을 쓰는 나는 어느 쪽일지 고민을 하게 된다. 정말이지 참기 힘들 정도의 이야기에 똑같이 놀라하는 일반적이 사람이지만 난 꼭 그가 끝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혹은 계속해서 영화를 찍는 감독으로 남길 바란다. 우리나라에서도 다 그렇고 그런 영화가 아닌 김기덕표 같은 또 다른 영화의 존재를 인식하고 싶기 때문이다.
김명범 <대중문화예술대학원·공연예술학과·석사과정 5>
김명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