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욱의 현장경제
42지배구조


기업지배구조 개선하면 24% 주가 상승

우리나라의 주식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저평가되어 있다. 주가의 수준을 평가하는 여러 가지 지표 중에서 비교적 신뢰를 받는 주가수익비율(PER, Price Earnings Ratio)이 낮기 때문이다. PER은 어느 기업의 주가를 회사의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이다. 한 주당 순이익이 많으면 투입된 자본에 비해서 이익이 많다는 것이고, 적으면 이익이 적다는 것이므로 이익이 많은 회사의 주가가 높은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PER는 주당순이익을 거꾸로 계산한 것이어서 낮으면 주가가 저평가된 것이고, 높으면 고평가된 것이다. PER은 주가가 올라가면 높아지고, 주가가 내려가면 낮아진다. 금년 10월 우리나라 주식의 PER은 평균 13정도이다. 반면 미국 주식의 PER은 19이고, 일본은 PER이 31이다. 같은 이익을 내는 회사의 경우라면 우리나라 회사의 주가가 13,000원이면, 미국 회사는 19,000원이고 일본 회사는 31,000원이라는 의미이다. 같은 회사라도 국적에 따라서 주가가 다르며, 그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북핵문제를 비롯하여 전반적인 경제 상황, 기업환경이 선진국에 비하여 떨어질 뿐만 아니라 기업지배구조가 좋지 않은 것이 주가를 낮게 하는 요인이다.
기업지배구조의 문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부르는 한국 주식에 저평가 현상이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기업지배구조는 회사의 의사 결정과 집행에 참여하는 경영자, 주주, 종업원, 거래처 등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일수록 주가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기업지배구조가 좋은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기준을 말하기 곤란하다. 대체로 경영자와 주주, 종업원간의 의사결정 과정이 합리적이고 투명하면 좋은 기업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좋은 형태의 기업지배구조는 나라마다 주식회사 제도를 발전시켜온 역사가 다른 것처럼 서로 차이가 난다. 우리에게 친숙한 미국형 모델은 경영진·주주·이사회가 법률이 근거한 권한과 절차에 따라 의사를 결정하는 것이다. 일본 모델은 주주의 역할은 미미한 대신 계열 회사와 주거래은행·정부의 역할이 강조된다. 독일 모델은 기업주식의 상당 부분을 3대 은행(도이치, 드레스너, 코메츠)이 보유하고 있는 것을 반영하여 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느 형태의 기업지배구조 모델을 택하든지 중요한 것은 기업의 목적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주주는 회사에 자본을 댄 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지배구조도 이러한 목적에 맞도록 짜여져야 한다.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회사의 경우 기업지배구조가 주가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면 평균 24%의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어느 회사의 주가가 상승하면 주주 등의 투자자는 물론이고 경영자·종업원, 나아가서는 국가 경제에 긍정적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만일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여 우리나라 주식의 주가가 상승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기업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시장의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투자자가 좋은 기업지배구조를 가진 회사에만 투자하게 유도함으로써 나쁜 기업지배구조를 가진 회사는 불리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나쁜 기업지배구조를 가진 회사가 지배구조를 바꿀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지배구조는 별로지만 우량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배구조가 좋은지 나쁜지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첫째는 기업이 주주의 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가 여부이다. 어느 기업이 정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부실채권의 인수를 거부한다면 주주를 위한 행동이다. 그러나 경영자의 사익을 추구하거나 세습을 위해 주식을 저가에 양도하는 경우는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경영상의 실패를 이유로 이사회가 CEO를 제거할 수 있는가 이다. 만일 CEO가 여러 번 실책을 범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왕적 지위를 유지한다면 지배구조가 좋다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주식이 저평가된 이유를 모두 기업지배구조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회사가 좋은 지배구조를 채택함으로써 주가가 상승한다는 주장은 대체로 타당하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 차장·87·법학·졸> choica@kse.or.kr


▲ 기업지배구조의 문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부르는 한국 주식에 저평가 현상이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취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