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쟁점-로스쿨 도입

우리 현실에 맞는‘한국형 로스쿨’이 필요하다

▲대법원 홍기태 부장판사가 5일 기자회견을 갖고 법학전문대학원의 확정을 발표하고 있다.

대법원산하 사법개혁위원회(이하 사개위)는 3년 과정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2008년부터 도입하고, 현행 사법시험 제도는 2013년 완전 폐지하는 방안을 확정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이번 확정안은 수만 명의 젊은이들이 사법시험을 준비하는‘고시만능주의’와 평생 고시에만 매달리는‘고시낭인’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1995년 김영삼 정부시절 세계화추진위원회가 처음 제의한 이후 10년간의 논란 끝에 마련된 것이다.
이와 관련 우리대학 임정평(법학부·법학전공) 교수는 “로스쿨은 시대의 대세이며,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제도입니다. 지금까지 고등고시를 담보로 평생을 바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로스쿨이 시행되면 실질적인 법률 교육을 기초로 해 국민들에게 더 효용성 있는 법관을 양성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로스쿨이란 미국의 법과대학원을 이르는 말로, 다양한 전공의 학부졸업자를 선발하여 3년간 90학점 내외의 전문적인 실무교육을 한 후 자격시험을 통하여 대부분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로스쿨은 비(非)법률 전공자들의 다양한 전공지식 위에 법률 전문 교육을 함으로써 사회현상과 법적인 문제를 상호관련 하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로스쿨에서의 법학교육이 지나치게 실용적이고 기술적이어서 인격과 덕망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법조계와 법학계에서는 로스쿨에 대한 본격적인 논란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 로스쿨 설립기준, 입학정원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법조 실무계와 법학계 사이에, 그리고 학계 내에서도 대학과 교수별로 이해관계가 대립하기 때문이다.
입학 정원은 곧 변호사 수와 직결되는 문제다. 대법원은 로스쿨 입학정원을 1천 2백명 선으로 하고 졸업생 중 80%에게 변호사 자격을 주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입학정원이 많으면 그만큼 변호사 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은 사정이 다르다. 정원을 1천 2백명으로 하면 전국의 90개 대학 가운데 불과 6개 정도의 대학에 로스쿨 설치 허가가 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일 사개위 전체위원회 회의를 한 결과, 선발규모에 대한 표결에서 소수(1천2백명)선발안과 다수(2천5백명)선발안이 9대 7로 팽팽하게 맞섰다. 또한 학부과정으로 법학과를 없애는 미국식 제도를 따를 것인지, 대학의 법학부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대학원 과정인 로스쿨을 새로 만든 일본식 제도를 따를 것인지에 관해서도 각계의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로스쿨에는 모의법정과 세미나실, 법률 전문도서관 등이 필요하고, 교수와 학생비율도 최소 1대 15가 돼야하기 때문에 학비가 비쌀 수밖에 없다. 일본은 한해 학비가 국립로스쿨의 경우 8백만원 수준, 사립 로스쿨의 경우 1천 5백 만원 안팎이다. 미국도 연간학비가 3천만원을 상회하고 있어 경제적 능력이 없는 계층이 법조인이 되는 길은 그만큼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이런 비싼 학비에 대안으로 장학금제도가 언급되고 있지만 재정 확보의 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의 법학교육과 법조인 양성 제도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그 대안으로 로스쿨을 도입하자는 데는 이미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아직 해결되지 않고,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맹목적으로 다른 나라의 선진 교육 제도만 도입한다고 해서 교육이 선진화되는 것은 아니다. 토양과 현실이 다른 나라의 제도는 오히려 논란과 쟁점을 더 가속화시킬 수밖에 없다. 법질서와 사회제도는 특히 그 나라의 역사, 문화 등을 토대로 오랜 시간을 거쳐 완성된다. 따라서 조급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기 보다 한국의 현실에 맞는‘한국형 로스쿨’을 만들고 정착시켜 나가는데 힘을 쓰는 현명함이 필요할 것이다.
<허유나 기자>  yunari86@dankook.ac.kr